은행권, '주 52시간' 조기도입 압박…준비부족에 신음

2018-06-06 19:00
내년 7월까지 1년 유예받았지만
고용부·금융노조 조기도입 주문
업계 "무리한 도입 부작용 우려"

[사진=유대길 기자]


"은행이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정부 눈치 때문에 무리하게 근무제를 도입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A은행 홍보부장)

"인천공항에 있는 점포와 일요일 영업점, 어음교환, 정보기술(IT) 상황실 등 특별 직무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인사업무의 경우 연말 인사나 채용 시기 등을 앞두고 밤샘근무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도 전에 도입을 고려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입니다."(B은행 인사부장)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은행권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하면 되지만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모습이다. 시간은 빠듯한데 제도를 끼워맞추려니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관련 TF팀을 꾸리고 52시간 근무를 결정하거나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탄력근무제와 유연근무제, PC오프제 확대 실시 등 제도 개편 추진과 함께 연장근무를 해야하는 점포나 부서에 대한 현황을 파악 중이다.

이들 은행이 도입을 서두르는데는 은행권 내외부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국책은행과 특수은행들은 도입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월과 5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을 연달아 만나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의 조기 도입을 주문했다. 금융노조도 전 은행권이 7월부터 동시에 근무시간을 단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인천공항지점, 일요영업점 등 특수 지점에서 어떤 형태로 근무를 대체할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근이 잦은 일부 직무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일반 점포나 직군은 이미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돼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특수군의 경우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행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초과 근무를 대체할 방법에 대한 논의도 아직 진행 중인 단계다.

기존보다 근무시간이 짧아지게 되면 단순히 일하는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근무 습관부터 인사규정, 조직문화까지 은행권 전반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단축해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확대하자는 당국의 취지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1년의 유예기간이 있는데도 실질적인 후속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제도를 도입한다면 예상보다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