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보훈가족 눈물 안 흘리도록 예우 다하겠다"

2018-06-05 14:47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유공자가 자부심 가질 때 나라다운 나라 완성"

문재인 대통령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애국과 보훈의 가치를 더욱 높여나가겠다. 예산 부족이나 법령 미비라는 핑계를 대지 않겠다"라며 "국가가 나서서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마땅히 갖춰야 할 예우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이날 국가유공자 등 보훈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한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보훈심사가 되도록 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과 가족이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보훈은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주춧돌"이라며 "나라다운 나라는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완성된다는 게 대통령으로서 저의 확고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보훈 예산도 대폭 늘렸다. 보훈 보상금부터 2조원 규모로 마련했고, 참전용사의 무공수당과 참전수당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해 올 1월부터 23만명의 참전용사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정성을 다한 보상과 예우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고령 보훈 가족에게는 무엇보다 의료와 요양이 중요한데, 1월부터 참전유공자 진료비 감면율을 60%에서 90%로 대폭 확대했고 8월이면 인천보훈병원과 보훈 의학연구소가 문을 열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곳곳에 요양과 재활시설을 늘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보훈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훈대상자 한 분 한 분에게 필요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겠다"며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영예를 지킬 수 있게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연고가 없는 국가유공자까지 품격 있는 장례를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이 얼마나 숭고한지 그 가치를 일깨워 주신 분들의 유족을 특별히 모셨다"며 "2002년 제2연평해전의 황도현 중사는 마지막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고 서해를 지켰고, 국가는 전사자로서의 명예를 드리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아이들을 구하다 돌아가신 고창석·전수영 선생님은 순직공무원보다 더 예우받는, 순직군경으로 예우받게 됐다. 해경의 해난구조 또는 인명구조와 같은 희생을 했기 때문"이라며 "교육자의 참다운 모습을 보여주신 두 분께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예우"라고 말했다.

또 "올해 3월 문새미 교육생은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연수 기간에 구조활동을 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종전에는 공무원으로 임용되지 않았기에 순직처리가 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소방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문 교육생 같은 분을 소급해 소방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수십 년간 군 의문사라는 이중 고통을 겪다 최근에서야 순직을 인정받은 유가족도 계신다"며 "오랜 기간 국가로부터 외면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스럽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 하나하나를 귀하게 예우하고 존경하는 나라를 만들고 신분상 이유나 법령 미비로 억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해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한 보훈 가족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호국·민주 유공자와 유족, 순직 공무원 가족과 청와대 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순직한 고창석·전수영 단원고 교사의 유족과 세월호 수색지원 과정에서 순직한 정성철·박인돈 소방관의 가족도 행사에 초청됐다.

충남 아산에서 유기견 구조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교통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김신형씨와 소방관 교육생 문새미씨의 가족도 참석했다.

아울러 6·25 한국전쟁 당시 공군 최초의 전투기인 F-51을 인수하는 데 기여한 김신 공군 중장과 서울탈환작전 당시 해병제2대대 소대장으로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한 박정모 대령의 가족도 자리했다.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사건, 천안함 폭침사건 등에서 전사한 국가수호 희생자들의 유족과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중에 목숨을 잃은 유공자 유족도 함께했다.

참석자 중에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부친으로, 한국후지필름 대표 등을 지낸 장충식 씨도 포함돼 있었다.

4·19 민주혁명회 회원 자격으로 참석한 장 씨는 육군 하사로 6·25 전쟁에 참전했을 당시 기관총탄에 맞아 어깨 관통상을 입은 상이 군인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장 실장의 모친 역시 4·19 유공자로 현재 4·19 묘역에 안장돼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들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해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초청 오찬에 국군의장대의 정중한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신 중장의 딸이자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인 김미씨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추진하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이 순조롭게 추진돼 아버지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이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통일은 멀지 몰라도 다시는 전쟁 걱정을 하지 않게 확고한 평화구축을 하고 싶다"며 "서로 교류하고 오가다 보면 백범 김구 선생과 김신 장군의 간절한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또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씨는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4·19 혁명의 완성이자 우리 민주주의의 승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실현은 곧 저의 꿈이기도 하다"며 4·19 혁명의 의미를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신형 소방관의 남편 이충준씨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라며 "그 소중한 가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기꺼이 목숨을 거는 소방관들의 자세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대손손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게 보훈정책을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며 "애국과 보훈에 있어서는 보수·진보, 남녀, 노소 구별 없이 국민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영수 전몰군경유족회장은 참석자들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든든한 받침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을 마친 뒤 참석자들이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