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명경의 법률이야기] ​출근길 시내버스 사고, 보상은?

2018-06-09 09:00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
2018.1.1.부터 대중교통 출근길 사고도 업무상 재해


Q. 4살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40대 여성(A씨)입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출근시간이 일러 집에서 7시에는 나가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일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8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 합니다. 어린이집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회사 근처까지는 20분 정도 걸립니다.

얼마 전 저는 평소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시내버스로 출근 중 이었습니다. 차가 많이 막히는 바람에 버스 기사는 버스정류장에 완전히 이르러 정차하지 못했습니다. 승객들은 정류장에 조금 못 미치는 곳에서 하차를 하였습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저 역시 큰 의심 없이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려는 순간, 갑자기 쌩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치여 넘어졌습니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주변 행인의 신고로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였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1주일 간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치료비에 대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직장동료는 저에게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회사가 차량을 제공하더라도 이용하지 못하는데, 회사차량에 대해서만 보상해준다면 불리한 것 아닌가요? 또 근로자에게 차량을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가 더 많을 것인데, 영세한 곳에 다니는 사람은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A. 우선,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A씨의 경우 회사 출근길에 사고를 당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이외에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근로자의 통근행위는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통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와 같이, 근로자의 통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통근 중 발생한 재해도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된다”고 보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산재보상 여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준이 일견 타당하기도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A씨가 질문한 것도 이러한 취지이겠지요.
왜냐하면 사업자가 제공하는 근로조건, 복지수준에 따라 재해 발생 시 산재보상의 혜택을 받는가, 못 받는가의 문제가 결정되어 버린다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에 대해 2016. 9. 29.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었습니다.

2018. 1. 1.부터 대중교통, 자가용, 도보 등을 이용하여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여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된 것입니다. 만약, A씨가 작년에 이러한 사고를 당했다면 회사가 제공한 차량으로 출근한 경우가 아니어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받았겠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A씨는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던 도중에 교통사고를 당하였더라도 사업주가 정한 장소와 시간에 출근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으므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A씨는 집에서 출발하여 바로 회사로 출근 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뒤,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실 수가 있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출근 중 재해가 인정되려면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5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을 경우에는 법은 또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A씨처럼 근로자가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아동을 보육기관 또는 교육기관에 데려다주거나 데려오는 행위는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퇴근길에 장을 보거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오거나, 병원을 다니거나 합니다. 이러한 경우를 모두 경로 이탈로 보아 출퇴근 재해에서 제외시켜버리면, 산재보상제도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되어 버리겠지요.

정리하면 A씨는 아이를 맡기러 어린이집에 들렀다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내리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정상적인 출근과정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로 보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요양급여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셔서 보상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명경의 법률이야기] ​출근길 시내버스 사고, 보상은?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