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의 알쓸軍잡] 림팩 훈련에 북한이 호들갑 떨 수밖에 없는 3가지

2018-06-05 00:01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에서 열린 '2018 환태평양훈련(림팩)' 참여 환송식에서 훈련전대장 황선우 대령(해사45기·50세)이 출항 전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북한은 최근 우리 측의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 참가와 한미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겨냥해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잇따라 보도하고 있습니다.

백 보 양보해 북한 국지 도발에 대비한 훈련인 UFG 연습은 그렇다 쳐도 림팩에 대한 비난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림팩 훈련은 각국 해군의 발전상을 세계에 과시하고 기량을 겨루는 ‘해군 올림픽’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무관해 보이는 림팩 훈련을 “철두철미하게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화약내 나는 전쟁 연습”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2010 림팩 훈련에 참가한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DDG 991-왼쪽 첫번째)을 비롯한 환태평양 동맹국 해군 소속 32척의 전함들이 24일 미 하와이 인근 태평양에서 열린 기동훈련에서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 76)를 호위하며 순항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림팩은 어떤 훈련인가?

림팩 훈련은 유사시 태평양 연안국의 안전한 해상 교통로를 확보하고 분쟁에 대한 공동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해 1971년 시작된 세계 최대의 다국적 해상기동훈련입니다. 1973년까지 매년 열리다가 이듬해부터 격년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의 솔트 레이크 근처에 있는 미국 태평양 사령부의 주관으로 훈련이 진행됩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다인 27개국이 참가했습니다. 우리 해군은 1988년 옵서버로 처음 참가했습니다. 1990년 이후 매년 정식 참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림팩을 강도 높게 성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하지만 우방인 중국이 1998년 옵서버로 참가한 이후 2014년과 2016년에 함정을 파견해 훈련에 정식으로 참여한 것에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올해 훈련에도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대만 등 주변국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에 반발, 초청을 취소하면서 참가 자격이 박탈되기도 했습니다.

림팩에 참가한 다국적 연합군은 청군과 홍군으로 나뉘어 벌이는 실전 대항훈련을 비롯해 기뢰제거, 함포사격, 해상보급, 해공군 간 협공, 수색구호, 잠수함 승조원 구출, 대공·대잠 작전, 특수전 등에 이르는 다양한 훈련을 진행합니다.
 

[ 2014 림팩에 참가 중인 해군 구축함 서애류성룡함(7천600t급)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지난달 18일 하와이 근해에서 처음으로 SM-2 대공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함정으로 날아오는 2개의 표적을 요격하는 등 4발의 유도탄 발사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


◇ 미사일 요격·해상봉쇄 훈련 불편한 북한

2016년 한·미·일 세 나라는 림팩 훈련에 앞서 북한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별도의 미사일 경보훈련(Missile Warning Exercise)을 진행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시뮬레이션 훈련에서 가상의 북한 미사일을 요격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훈련은 한·미·일이 2014년 체결한 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림팩을 계기로 지난해 말까지 총 여섯 차례의 미사일 경보훈련이 진행됐습니다. 미사일 방어(MD) 공조체제가 강화될수록 북한의 주요한 협상 카드 한 장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올해 림팩 훈련에서도 미사일 경보훈련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지난달 16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당일 취소한 사례가 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상봉쇄 훈련도 북한이 림팩 훈련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UN 안보리 제재안에 따라 북한의 해상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입니다. 북한 경제가 실질적으로 외부 물자에 의존하고 있어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외신을 인용해 “(림팩이) 최근에는 조선을 가상한 ‘해상봉쇄’와 ‘해상, 수중으로부터의 강습상륙’ 연습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림팩의) 침략적 성격은 가리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폰스(LPD-15)함에 설치된 미 해군의 레이저무기 체계. 사진=미 해군 제공]


◇ 최신예 해군전력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부담

북한이 직접 거론한 강습상륙 훈련에는 미국의 신형 기함인 상륙함 포틀랜드(LPD-27)도 동원됩니다. 미 해군은 포틀랜드 함에 차세대 레이저무기를 장착해 림팩 훈련에서 성능을 시연할 계획입니다.

시연에 동원되는 차세대 레이저무기는 미 해군이 2014년 상륙함 폰스(LPD-15)에 설치해 중동해역에서 시험해온 출력 30㎾ 규모의 레이저 미사일 시스템(LaWS)보다 강력하고 사거리도 긴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밖에 미국 항모전단을 비롯해 각국의 최첨단 함선들이 림팩 훈련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겁니다. 당연히 완전무장한 상태로 말이죠. 2016년 림팩 당시 수상함 47척과 잠수함 7척, 항공기 2000여 대와 병력 2만 명이 동원됐습니다.

이들 모두 유사시 한반도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전력입니다. 하와이에서 약 5일이면 한반도에 닿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림팩 훈련을)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날을 세우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적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