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간 욕심에 병들어가는 자연유산

2018-06-04 15:34

수많은 관광객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태국 대표 휴양지 피피섬 마야베이 해변을 거닐고 있다. 태국 당국은 마야베이 환경보호를 위해 지난 1일부터 4개월간 이곳을 폐쇄했다.[AP·연합뉴스]


세계적 휴양지인 필리핀 보라카이에 이어 태국 피피섬 마야베이(MAYA BAY)가 지난 1일 폐쇄됐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로 관광지가 훼손되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과잉관광)으로 비롯된 자연환경 훼손은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오버투어리즘은 인간의 힘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예방까지 가능하다. 

환경은 후손들이 대대손손 누려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원상태로 복구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고,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인의 행복과 쾌락, 이기심을 앞세워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데는 소홀하다.  

태국이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4개월 동안 피피섬 마야베이를 일시 폐쇄했다는 보도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마야베이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비치(The Beach)'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누적관광객 수가 130만명에 달했지만,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인근 산호가 심각하게 훼손돼 쓰레기투성이인 휴양지로 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피피섬 국립공원 당국은 마야베이 폐쇄를 결정해 해당 기간 선박의 마야베이 접안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훼손된 산호초 복원 계획도 세웠다. 까녹끼티카 크릿우티꼰 푸껫 관광국장은 “이번 조치는 마야베이 지역 관광산업의 핵심인 자연유산 보호를 위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26일 필리핀 당국은 국가 유명 휴양지 보라카이를 6개월 기한으로 폐쇄했다. 보라카이는 지난해에만 2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한 핫플레이스다. 올해도 지난 2월까지 전년 대비 29% 증가한 26만20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보라카이의 연간 관광수입은 10억 달러(약 1조710억원)에 달하고, 고용률도 보라카이 섬이 속해 있는 비샤야 제도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이 보라카이 폐쇄 결정이 필리핀 경제에 타격을 안길 것으로 보는 이유다. 

환경 자산의 보호보다 물질적 이익을 앞세운 인간의 이기적인 태도가 결국 그토록 중시했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