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스토리-마화텅⑥]AI를 졸업논문으로 쓴 해커, AI에 승부수

2018-05-31 18:37

[마화텅(유투브 캡처)]



# 마화텅의 모방과 변용은, 덩샤오핑 흑묘백묘 세대의 실용주의?

마화텅 시리즈를 시작할 때, 그를 '인간AI'라고 칭한 것은 뛰어난 학습능력과 응용력이 AI가 진화해온 길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ICQ를 학습하여 QQ를 흥행시키고, 싸이월드를 응용해서 QQ쇼를 대박나게 하고, 카톡을 흉내내면서 10억을 묶은 위챗으로 거듭나게 하는 힘은, 그가 창조 자체에 대한 고집이나 자부심보다, 그것의 실용에 더 가치를 부여한 데 있었다. 내가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미 나와있는 괜찮은 아이디어를 중국 시장 속에서 변용(變用)하느냐가 관심사였다.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뒤 돌아와 했던 말인 '흑묘백묘(黑猫白猫)론'과 닿아있다. 그의 말을 원문으로 읽으면 이렇다. 不管黑猫白猫 捉到老鼠 就是好猫. 검은 고양이거나 흰 고양이이거나 상관없이 쥐를 잘 잡으면 그게 좋은 고양이다. 인민을 잘살게 하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논리였다. 1980년대 청소년기의 마화텅에게 수단보다 목표가 중요하다는 실용적 관점은, 그의 경영철학의 바탕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 AI처럼 학습한 마화텅, 알고보니 AI를 졸업논문으로 쓴 대학생

거기에 탁월한 학습능력이, 갈수록 경쟁자를 빠르게 추월하는 AI처럼 시장을 제패하는 위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실제로 마화텅의 텐센트는 인공지능 사업에 관심이 많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최근 인공지능이 주목받고 있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1993년에도 인공지능 열풍이 있었습니다. 졸업논문 주제도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었죠. 20여년 뒤인 2016년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류 최고기사 이세돌을 누른 사건이 세상에 충격을 줬습니다. 저 또한 바둑 인공지능프로그램 줴이를 만들었죠. 줴이는 알파고가 불참한 세계바둑대회에서 1등을 했죠. 알파고와는 안 겨뤄봐서 누가 더 뛰어난지는 모르겠습니다만...또 텐센트는 영상의학 사진식별팀을 꾸려 기계학습을 통해 CT와 MRI사진을 의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저는 향후 모든 업종에 인공지능이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알파고 쇼크가 그를 분발시켰다

마화텅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위챗 번역기능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건군절(8월 1일)엔 인공지능 얼굴 인식 기능을 이용해 프로필 사진에 군복을 입히는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마화텅은 올(2018) 5월 28일 귀주 귀양에서 열린 국제빅데이터산업박람회에서 선진국의 AI기술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있다고 진단하고 당분간은 추월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3년 전인 2015년부터 중국은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접목시키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펴왔는데,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마화텅이었다.

# AI 기초기술 투자를 주문한 '마화텅의 역설'

이런 노력은 중국의 상당한 디지털화를 이뤄내긴 했지만, 그 사이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커졌다고 분석하고 디지털의 기초 투자에 주력해줄 것을 정부에 주문한 것이다. 그간 중국은 기술을 산업에 응용하는 '플러스'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기초연구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다. 모방의 귀재라는 소리를 들어온 마화텅조차도, 이젠 디지털 기초기술이 국력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것일까. 

하지만 마화텅의 전통산업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인터넷이 전통산업을 밀어낼 것이라는 예측과 불안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전통산업을 혁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텐센트는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을 기존 산업과 연계해 신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택시예약앱인 디디다처에 투자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같은 사업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기도 하지만, 교통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