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탄 삼성…다음 수순은

2018-05-31 19:00
삼성전기·화재, 물산 지분 매각 순환출자고리 끊나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성생명·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제 남은 수순은 삼성전기·화재의 삼성물산 보유지분 매각뿐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13년 8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하는 동시에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1석2조의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 정부의 지배개편 요구에 선제적 대응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0.45%)를 처분했다. 매각 규모는 삼성생명이 1조1204억원(2298만주), 삼성화재가 1958억원(402만주)이다.

이번 블록딜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계획에 따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금산법상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내 계획 중인 자사주 소각 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9.72%에서 10.45%로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블록딜로 인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은 10% 미만으로 유지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록딜 이후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의 전자 지분은 약 9.99%로 낮아졌다“며 “삼성의 결정은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장려하는 감독당국의 입장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입장에선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고려해야 될 대상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보험사의 보유 주식을 시가로 평가해야 하고, 시가로 평가한 주식 가치는 총자산의 3%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무려 18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정부‧금융당국은 “은행, 증권사 등 다른 업종과 달리 보험업은 취득원가로 계산하도록 돼 있어 현행법이 ‘삼성생명 특혜’"라는 입장인 데 반해 삼성생명 측은 “보험업 특성상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기에 유망한 회사의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7월 이후 삼성전기.화재 보유 삼성물산 지분 매각할 듯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다음 수순은 삼성전기·화재가 보유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남아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2013년 이후 순환출자 고리를 줄여왔다. 지난달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 7개 중 3개를 해소했다. 2013년 80여개에 달하던 삼성 순환출자 고리는 이제 4개만 남았다.

이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시작해 물산-생명-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삼성그룹 핵심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연구원은 “7월 이후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4.04%를 매각해서 그룹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삼성물산 지분의 2.64%(500만주),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지분의 1.38%(262만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편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한다”면서 “늦을수록 삼성과 한국 경제 전체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고,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회사 지배구조가 획일화된 형태로 수렴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이나 주주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조치인지 다시 한번 고려해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깊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할 계획”이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모든 세금은 법에 따라 투명하게 납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