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여풍당당②] IBK기업은행 최현숙 부행장 "선배들이 길 열어줬듯 후배들 지원자 돼야죠"
2018-05-31 19:00
女특채 1호서 부행장 승진까지
남성중심 조직…120% 노력해
남성중심 조직…120% 노력해
조곤조곤한 말투 속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IBK기업은행에서 여성 최초로 여신정책을 총괄하는 최현숙 IBK기업은행 부행장 이야기다.
최현숙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빛날 수 있도록 지원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은행은 보수적이다. 특히 여신 분야는 남성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다. 올해 3월 최 부행장의 승진 인사에 업계가 이례적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이유다. 기업은행 전체로는 역대 세 번째 여성 임원이다. 그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10년 넘게 여신 분야에서의 관리 이력과 강점을 인정받은 결과다.
그래서일까. 그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행원 때는 '잘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도 이 고민은 이어졌다. 최 부행장은 "입행 초기에는 내 자신을 믿지 못했고, 또 리더가 된 후에는 과연 자질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고비를 이겨냈다. 그는 "평소 무모하리만큼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이고, '잘될 거야'라는 암시를 많이 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조직이 저에게 많은 투자를 해줬다"며 "미리 걱정하지 않고 좋은 기운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행장은 미혼이다. 다른 여성 직원들처럼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최 부행장은 "본인 능력의 120%를 일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타인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요즘에는 속도를 낮춰 주변을 챙길 여력이 생겼다. 그는 "채근담에 보면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글귀가 있다"며 "이처럼 나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었지만 쉰살이 되면서 조금 여유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최 부행장은 "임명장을 받을 때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이 되겠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 후배들의 배경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