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리스크,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

2018-05-30 14:16
은행주 급락 속 세계 증시 휘청
이탈리아 정정 불안에 유로화 존립 위기감 다시

29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P연합]


유로존 3대 경제국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이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탈리아에서 내각 구성이 무산되고 조기총선이 가시화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던지고 안전자산으로 몰려들었다.

29일(현지시간) 채권시장에서는 이탈리아 국채 투매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2년물 국채 금리는 29일 하루에만 1.8%p 폭등한 2.69%를 기록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짐작할 수 있다. 

증시도 요동쳤다. 29일 이탈리아 증시의 FTSE MIB는 2.7% 주저앉았다. 은행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탈리아 최대 금융회사인 유니크레딧의 주가는 5.6% 내렸다.

이탈리아 시장 리스크가 전 세계 은행계 전반의 시스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5.4% 떨어졌다. 프랑스 BNP 파리바와 독일 코메르츠방크도 각각 4.5%, 4.0% 미끄러졌다.

충격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전해졌다. 사흘 연휴 끝에 문을 연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500포인트 이상 추락하는 동요 끝에 400포인트(1.6%) 가까이 떨어진 24361.45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도 1.2% 내렸다. 특히 S&P500 금융업 지수는 3.37% 급락했다. JP모건이 4.3%, 모건스탠리가 5.8% 각각 내렸다. 

30일 아시아 증시도 이 흐름을 이어받았다. 홍콩 항셍지수가 1.6%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 닛케이지수도 1.5% 약세다. 일본 은행주인 미쓰비시UFJ가 3.2%, 스미토모미쓰이가 2.1% 각각 하락 중이다.

투자자들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 미국과 독일 국채 등으로 몰렸다. 최근까지만 해도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으로 3%를 웃돌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9일 장중 2.634%까지 떨어졌다. 30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2.817%를 가리키고 있다. 

이탈리아발 위기감은 지난 27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포퓰리즘 연합정부 구성에 제동을 걸면서 더욱 심화됐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유로 회의주의자의 재정경제장관 임명을 거부하고 대신 친긴축 IMF 고위관료 출신의 카를로 코타렐리를 과도정부 총리로 임명했다. 연정을 구성하려던 반체제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은 거세게 반발했고 3월 총선 이후 다시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로마에서 조기총선을 가을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이르면 7월 말로 앞당겨 치르는 안에 관해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만약 조기총선에서 오성운동과 동맹이 이탈리아 국민의 지지를 재확인할 경우 이탈리아 재정지출을 늘리고 유로존에서 이탈리아의 지위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오성운동과 동맹의 지지율이 3월 총선 득표율에 비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올여름 총선을 향한다면 유로화 존립을 두고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유로도 급락세를 나타냈다. 유로/달러는 29일 1.1539달러로 작년 7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유로존이 완전히 깨질 가능성은 낮지만 시장 동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WSJ에 따르면 아문디 자산운용은 올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 채권에 대한 익스포저를 축소한 뒤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라 자산운용과 아비바 인베스터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