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온다·上] "평양은 중국 선전같다"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2018-05-30 06:01
압록강 건너편 나날이 높아지는 신의주 스카이라인
시장경제 속 북한 부동산 투자도 활기
전력공급난 속 지붕 옥상마다 태양광패널 설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 자력자강, 과학기술 개발 촉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북·중 최대 교역도시로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랴오닝성 단둥은 북한의 발전상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창구다. 본지 취재팀은 최근 이곳을 직접 찾아가 북한의 변화하는 모습과 북·중 간 경제협력 현황을 알아보고, 한국기업이 북한 개혁·개방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북한 평양 시내는 마치 선전(深圳) 같았어요. 매우 번화하더라고요.”

얼마 전 북한 평양에 여행을 다녀왔다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토박이 주민인 왕모씨는 평양의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 선전은 1978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후 고속 성장하면서 오늘날 홍콩도 위협하는 도시가 됐다.  왕씨는 선전만큼이나 평양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 대도시 신의주와 마주한 중국 접경도시 단둥에서도 북한의 발전 변화상을 직접 엿볼 수 있었다.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시내 곳곳에서는 건물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진=유세웅 기자]


조중우의교(구 압록강대교)에서 바라본 압록강 건너편 신의주 시내에는 10층 높이 신축 건물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타워크레인도 작업 중이었다. 얼핏 봐도 20층 높이는 돼 보였다. 그렇게 신의주 도심 스카이라인은 차츰 높아지고 있었다. 이 중에는 '북한식 자본가'로 불리는 '돈주'들이 짓는 아파트나 빌딩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출신의 북한경제 전문가 김영희 박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은 2014년 5·30 담화를 통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했고 '돈주(현금자산이 많은 부유층)'도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면서 “시장경제 요소가 늘면서 부동산 투자도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탈북 후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에서 북한학 석사학위와 동국대학교에서 같은 전공(북한학)의 박사학위를 딴 북한 전문가다. 

김 박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평양·신의주 등 주요 도시 집값이 꾸준히 상승했다"며 "비록 법적인 장벽이 있지만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부동산 개발 참여로 2000년 전후로 평양 시내에 많은 주택들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량이 워낙 많아 개혁·개방이 이뤄진다면 합법적인 거래도 성사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신의주 시내 건물 옥상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전지판. [사진=유세웅 기자]


신의주 시내 빌딩이나 공장 옥상, 가정집 지붕 창문에 설치된 크고 작은 태양광 전지판도 취재진 카메라에 잡혔다.

오늘날 태양광에너지는 북한 대도시 일반 가정집 30~40%에서도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주요 에너지가 됐다. 대북제재로 원유, 전력공급에 어려움을 겪은 북한이 태양광에너지 산업을 적극 발전시킨 덕분이다.

평양을 비롯한 남포 등 대도시에서는 이미 2015년부터 태양광 버스가 도입됐다. 2016년부터는 평양 시민의 출퇴근을 위한 태양광에너지 유람선이 대동강을 오간다. 모두 북한 국가과학원에서 중점 연구개발한 것이다.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오히려 북한 경제 자력자강,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자극이 된 셈이다. 

실제로 북한의 정보통신(IT) 기술력도 꽤나 수준급이다. 자체적으로 운영체제(OS) '붉은별', 내부 인트라넷 '광명망', 전자책 앱 '나의길동무' 등의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아리랑, 진달래 등 국산 스마트폰도 북한 내에서 광범위하게 보급됐다.

김영희 박사는 “최근 통계를 보면 북한 전체 인구 2500만명 중 스마트폰 사용인구는 400만명으로 유추된다”면서 “2012년에 비해 불과 5년 새 4배가량 늘었다. 평양지역 20~30대 젊은 층들은 스마트폰을 필수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박사는 “개인 간 정보를 전달하고 사업과 관련된 운송거래도 하는 등 생활이 편리해졌다”면서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북한이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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