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엔 없는 세상] 세계 최초의 면세점은 어디에 있을까
2018-05-28 18:08
※ '여행가방엔 없는 세상(여행.세)'은 몰라도 상관은 없지만 알아두면 여행이 더 재미있어지는 글로벌 이슈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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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공항을 찾을 때면 기웃거리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특별히 살 물건이 없어도 괜히 한 번 슬쩍 돌아보게 되는 곳, 바로 면세점입니다. 물건도 다양하고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상품이 많아서 눈길을 끄는데요, 도대체 면세점은 왜 만들어졌을까요? 그리고 세계 최초의 면세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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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아일랜드 클레어 주의 작은 마을에서 한 남자가 태어납니다. 호텔 경영에 관여하는 가풍에 영향을 받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에서 호텔 경영학을 공부하죠. 브랜든 오레건(Brendan O'Regan)이 그 주인공입니다. 오레건은 수도 더블린에 있는 접객 업소 중 하나인 스티븐스 그린 클럽(Stephen's Green Club)의 매니저를 거친 뒤 28살 되던 1945년 섀넌(Shannon) 공항의 케이터링 감독관으로 지명됩니다. 섀넌은 아일랜드 서남부에 있는 지역으로, 섀넌 공항은 유럽 공항 중에서 북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덕에 교통 요충지로 통했답니다. 오레건은 생각했죠. 섀넌 공항을 통해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일랜드 특산품을 판매하면 어떨까. 그리고 2년 뒤인 1947년 공항 라운지에 작은 매장을 오픈합니다. 이곳이 바로 세계 최초의 '면세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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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건은 최초의 면세점을 론칭한 데 이어 섀넌 공항에 24시간 교대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800여명의 고용 창출을 이끌어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1951년에는 섀넌을 대서양 횡단-유럽 관광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등 아일랜드 관광업에 큰 기여를 했죠. '면세점의 아버지'로 칭송받은 오레건이 2008년 91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아일랜드 전역이 큰 슬픔에 빠진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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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을 기다리는 동안 고국 특산품을 팔고 싶다는 애국심에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면세점. 이 면세점은 아직도 '세계 최초'라는 명함을 달고 섀넌 공항에서 운영되고 있답니다. 이제는 전 세계 국제공항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면세점을 만날 수 있는데요, 쇼핑만 할 것이 아니라 각 면세점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도 여행의 또다른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