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80만원으로 세계일주?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 정상근 대표 "여행이란 사랑이다"

2018-05-28 23:50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여행경비는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이번 인터뷰는 약 10년 전 8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영어 울렁증을 극복해낸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의 정상근 대표의 인터뷰인데요. 10년 전인 2008년 여행 작가에서 2018년 현재는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교육 기업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의 대표(예비사회적기업)를 맡으면서 대한민국 청소년 연설대전이라는 것을 개최하고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 목소리를 내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상근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10년 전 여행을 하며 달라진 정상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사진= 정상근 대표 제공 ]

 
Q. 10년 전 그때 그 시절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사실 여행이라는 게 ‘책’과 비슷한 것 같아요. 책도 옛날에 봤던 책을 지금 다시 보면 다른 것처럼, 저도 옛날의 여행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게 계속 달라요. 처음에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와 나 영어도 못하고 돈도 없는데 가서 이렇게 할 수 있으니 모두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인연들이 생긴 게 고마웠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까 ‘아 그게 뭘까?’라고 느꼈을 때 “아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는 어떻게든 빨리 뭔가 이겨내야 될 것 같고, 취업해야 될 것 같았는데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처음 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당시에 여행은 ‘삶의 방향성을 잡고자 하는 노력’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 달라요. 지금은 모든 여행이 항상 도전이거나 열정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를 새롭게 하거나, 휴식을 하거나, 일상의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비타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10년 전 여행은 그랬어요.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 여행.’

Q. 만약 지금 다시 80만원을 쥐어주고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A. 80만원을 쥐어주고 여행을 가라고 한다면, 저는 호이 기자님께 드리고 다녀오라고 할 거예요. (웃음) 한마디로 저는 80만원을 주고 다시 똑같은 여행을 가라고 하면 안 갈 거예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셨던 점이 ‘80만원 세계 여행이니까 아무 준비도 없이 돈도 없이 무작정 떠났구나.’라고 생각하는데 돈이 없으면 다른 부분들을 더 준비해야 돼요.

첫 번째로 저한테는 돈이 없었죠. 대학교 1학년이니까. 대신에 다른 부분들, 어디에 가서 어떻게 할 것 인지에 대한 부분과, 그 문화역사에 관련된 독서라든지 외국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그런 준비들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여행자체를 이끄는 게 다 돈만은 아니다.’ ‘돈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80만원 세계여행을 한 건데 만약 지금 80만원이라는 돈이 제게 있으면 그 돈으로 여행을 가기보다는, 연설대전 친구들 맛있는 걸 사줄 거예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호이 기자님은 꼭 가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에 경제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다는 것은 되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Q. 정상근 대표가 생각하기에 여행의 시작은 언제부터라고 생각하시나요? (예: 돈을 모으고 티켓을 예매한 순간,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현지에 가서 돈을 모으고 여행을 계획할 때)

A. 사실 저의 첫 여행의 시작은 80만원 세계여행이 아니었어요. 이것은 되게 후의 이야기이고, 중1때 혼자서 전국여행을 갔었어요. 근데 그게 계기가 있어요. 그때의 저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어요. 누군가가 쳐다보면 얼굴이 빨개지고 아주 소심한 아이였어요. 다들 내성적인 제가 어떻게 학교생활에 적응할지 걱정하였어요. 그래서 그걸 극복하려고 했던 첫 여행이었죠. 그래서 티켓을 구매하고 이런 것 보다, 내 마음 속에 무언가 새로움을 갈구할 때. 그때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후에 티켓을 사고, 하는 것은 테크니컬(기술적인)한 부분이에요.
 

[사진= 정상근 대표 제공 ]

 
Q. 책에서, 본인을 '자신감'과 '열정'이 출중하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나 배경이 무엇인가요?

A. 앞서 밝혔듯이 저는 제게 자신감과 열정이 있는지 몰랐어요. 제게는 여행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했던 일이에요. 선생님들, 친구들, 엄마, 아빠 모두 반대했었죠.

‘취업도 힘들고, 차라리 어학연수를 가라! 스펙을 쌓아야 된다.’라고 했는데 제가 빠득 빠득 우겨서 갔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으로 제 인생에서 독립이란 걸 하게 되었어요. 독립적이면 어떤 게 좋냐면, 본인이 스스로 선택을 하잖아요. 본인이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면, 그 결과에 본인이 책임질 수밖에 없게 돼요. 원망할 대상이 없잖아요. 원망을 시킨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게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어떤 운도 좋고 뭐도 있었다기보다는 내 스스로 했던 선택. ‘독립성’에 관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독립적으로 사고하다보니 자신감과 열정이 생긴 것 같아요.

Q.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해 매일 10시간이 넘는 일을 하면서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셨나요? 그런 순간에는 또 어떻게 극복해내셨나요 ?

A. 매일 힘들었어요. 매일 포기하고 싶었고요. 여행한다고 매일 좋은 건 아니에요. 1년 넘게 여행을 하다보면, 집에 오고 싶기도 하고 매일 힘들어요. 접시를 하루에 수 천 개씩 닦으면서, 부숴버리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페이스북(당시 싸이월드)에서 친구들보면 유럽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데, 나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하는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죠. 하지만 상상했죠. ‘3개월만 지나면 에펠탑에 올라가고, 4개월이 지나면 피라미드에 올라가 있을 것이다. 5개월 후에는 멋진 친구를 만나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요.

이런 제 인생의 청사진이, ‘단기목표’를 잘 세워서 그런 것 같아요. 또,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것, 그리고 상상력의 힘이란 건 되게 무서운 것 같고요. 저는 큰 거시적 목표보다 중요한 건 미시적 목표라고 생각해요.

숲은 당연히 중요하죠. 그러나 나무가 있어야 숲이 되는 것처럼, ‘주단위의 목표가 모여서 8주 만 있으면 10주만 있으면 부모님 앞에서, 그리고 누구한테도 당당하게 할 수 있다’라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가장 잘 맞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해서 청소, 접시 닦기, 웨이터, 물건판매 등 닥치는 대로 다 했었어요. 그 중에 나의 적성과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1년의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지금 제가 하는 일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아르바이트하면서 웨이터 같은 것은 재미있었어요. 내가 외국 사람들과 말할 수 있는 기회, 그런 의미에서 재미가 있었고, 이렇게 하다보니까 일하는 것에 있어서 ‘수업 받는다’는 느낌으로 생각했거든요. 사람만나면서 하는 그러한 의미 자체가 좀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아마 웨이터가 제일 잘 맞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아르바이트, 여행 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아마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사람에게 배우는 학교’ 인 것 같아요.
 

[사진= 정상근 대표 제공 ]


Q.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어디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너무 많은데,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은 나라는 네팔이에요. 부모님을 모시고건,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가던, 네팔에 히말라야에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어요. 세계여행을 하다보면 공간자체가 갖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은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싸움이거든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

1년에 프랑스에 수천만 명이 관광을 가요. 근데 제일 잘 보는 방법은 스마트 폰으로 구글에 검색하는 거예요. 세계적인 사진가가 위-아래 앞-뒤로 다 찍어 놓은 거 볼 수 있어요.

근데 다들 그렇게 시간과 돈을 써서 가요, 왜 그럴까요? 결국은 그게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요. 내 발로 직접 가보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나만의 추억의 책장에 한 꼭지가 생길 것인가에 대한 기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서 딱 보는 것보다 가는 과정, 그런 의미에서 네팔이 제게 매우 인상 깊었어요. 산을 올라가는 게 힘든 일이지만 중간 중간에 내 머릿속에서 뭔가 툭툭 나오는 느낌도 받고 그래서 글을 정리해 보기도 하고 대자연 앞에 섰을 때에 겸손함을 느끼기도 했었죠.

제가 베이스 캠프가기 2시간 3시간 직전까지는 다 올라갔어요. 끝까지는 하루 종일 눈이 와서 전문가들도 못 갔어요. 그때는 아무리 장비가 있어도 못가는 것이거든요 나는 거기까지 갔는데, 딱 2시간만 걸어가면 목적지인데, 그런데 이 앞에서 그걸 포기해야 된다니. 사실 처음에는 열 받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이해가 가더라고요. “또 오라고 하는 거구나.” 그래서 네팔이 제일 기억나요

Q. 여행을 하면서 못해본 것 중에 “아 이건 꼭 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아쉽다!”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사실 부모님 생각이 좀 많이 났어요. 저 혼자서만 좋은 거 많이 보니까 죄송하기도 했죠. 내가 그때 언어를 좀만 더 잘했더라면 하는 게 제일 아쉬워요.

처음에 저도 ‘How much is it?’ 이거밖에 모르고 갔는데, ‘말을 하면서 내가 좀 더 깊이 있는 담론들을 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어요.

그리고 돈이 많이 없어서 맛 집도 많이 못 간 점이 아쉽죠. 근데 저는 매일 밥 천원 이천 원짜리 먹고 하다가 한방에 이십만 원짜리 먹고 그랬었어요. 제가 굶으러 가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그래도 추억을 만들어야지! 그래서 VIP 자리 오페라도 가보고, 열 끼 제대로 안 먹고, 한 끼는 제대로 먹고 그랬었어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여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여행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교육과 관련된 여행이에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매일 독일의 좋은 교육, 핀란드의 좋은 교육 이렇게 얘기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에 맞는 게 필요해요. 그걸 자꾸 선진국에서 따오려고 하는데, 벤치마킹(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타사에서 배워오는 혁신 기법)은 할 수 있으나 우리 시스템과 사람들의 인식이 다 다르기에 현실적으로 적용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현지에 적용한 교육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에 가면 그 지역에 맞는 문화와 교육이 있을 것이고, 아프리카에 가면 그 나라의 그런 것이 있을 거고 중동에 가면 그 나라의 그런 것이 있을 거잖아요.

그래서 한번 간다고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좀 더 학습하기 위해 그런 곳에 가서 실제로 눈으로 보고, 관련된 사람들도 만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 대륙과 국가별로의 진로라든지, 인생에 대한 교육들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쭉 보고, 여행이 마무리 될 때쯤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시스템의 교육이 맞다’라는 걸 스스로 구축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교육여행 가보는 게 제 꿈이에요.
 

[사진= 김호이 기자 ]


Q. 대표님께 '여행'이란 무엇인가요?

A. ‘사랑’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여행가는 것도 좋은데 사실 ‘여행은 돌아오려고 떠나는 것이다’라는 말도 많이 해요. 내 삶에 내가 경험하고 있는 그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것들인지를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는 의미니까요.

또 저에게 여행은 ‘교육’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소극적인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 했던 것. 그리고 방학 때 뭘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다음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보자! 그 다음 방학 때는 절에 들어가서 책을 읽어보자!’ 이런 나만의 것들을 하는 게 결국 여행인 것 같아요. 세계여행도 솔직히 고백하면, 제가 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20대 중반이 되고 그랬는데 이제 나도 성인인데 앞서 얘기한 ‘나는 뭘 원하지?’ ‘어떤 인생을 살아야 되지?’ 아주 추상적이고 막연하기만 하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을 가면 뭔가 답을 얻어올 줄 알았어요. 결국 못 얻어 왔지만요. (웃음)

그 당시에 뭘 느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때 제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다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무슨 일을 할 때, 계약을 할 때, 강의를 할 때, 이렇게 만나서 교류하게 될 때 등등. 다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저의 선택을 결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처럼 여행은 곱씹어 볼 수 있는 것이며, 그래서 여행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제 개인적으로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균형’이에요. 학교공부 아니더라도, 책도 많이 읽고, 지적인 성찰을 멈추지 않는 학습과 직접 해보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 이러한 학습과 경험의 균형을 찾으며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변하지 없는 것은 없기에, 정체되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 공부하고, 공부한 걸 바탕으로 경험해보자’ 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공감’ 입니다. 저는 미래사회에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대화, 연설이라는 것도 내가 주인공 같지만 사실은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깊고 의미 있게 지속될 수 있으니까요. 그냥 ‘나는 너를 이해한다. 는 말뿐이 아니라 일, 사랑, 행복 ,죽음 ,관계, 꿈 등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다른 사람을 왜 그렇게 생각하고 어떻게 함께 할까를 공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


여러분 혹시 정상근 대표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대한민국청소년연설대전의 참가자로서 그리고 정상근 대표를 인터뷰한 인터뷰어로서 정상근 대표를 지켜보면서 항상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아 진짜 행복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웃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여러분도 정상근 대표의 인터뷰를 보고 진짜 행복한 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김해온, 한서진, 이노디, 안옥주
기사작성/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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