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비핵화 해법' 큰 틀서 공감, 남은 건 디테일…싱가포르회담 전후에 종전선언 기대감도

2018-05-27 16:45
'북한 비핵화 절차 과정서 경제지원' 트럼프식 해법 합의 전망 커져
북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이어 핵미사일 폐기시 지원 가능성…IAEA 등 사찰은 물리적 시간 걸려

[사진=연합/EPA]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2차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언급으로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일괄타결식'과 북한이 요구하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가 큰 틀에서 합의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북·미 지도자들 간 막말과 화해 제스처가 오가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이어지고, 취소가 또다시 번복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 같은 혼란의 중심에 북한과 미국 간의 비핵화 해법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양측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반출과 핵시설 폐기 등의 과정을 조기에 진행, 비핵화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검증과정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먼저 가시적인 핵 위협을 제거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맞춰가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리비아 등에 적용된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기반으로, 북한이 원하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받아들이는 내용의 '트럼프식 비핵화 로드맵'을 북측에 제안해 왔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신속·과감하게 핵폐기 절차를 이행할 경우, 체제 안전 보장은 물론 북한이 기대하는 이상의 엄청난 보상을 제공한다는 게 '트럼프식 해법'의 골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 핵 해법에 따라 북한 측에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상당 부분을 조기에 국외 반출토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의 확고한 약속을 전제로, 초기 단계에서 일부 제재를 완화해 주는 유인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한·미 양측은 또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조치도 비핵화와 동시적으로 시작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이행은 물론 합의서 작성도 단계적으로 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북한이 트럼프식 핵 해법을 수용하지 않아 회담이 결렬될 위기까지 간 셈이다.  

그러나 막상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카드를 꺼내들자, 북측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담화를 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전달했다. 

북측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트럼프 방식'에 대해 북한이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고 밝혀 이견이 좁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미가 다시 화해 궤도에 올라서면서 양측이 디테일을 따져보는 수순에 돌입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주말에는 북·미 실무진 간 '물밑대화'도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가 비핵화에 대해) 큰 틀에서는 합의했지만, 디테일에선 논의할 부분이 좀 더 남아 있다"며 "북측이 트럼프식 핵 해법을 100% 수용할 경우 6·12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지만, 북측이 수정안을 제시할 경우 논의 과정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미가 큰 틀에서 서로의 요구를 잘 알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은 비핵화·체제보장의 압축된 시간표"라며 "미국이 북한에 내걸 조건으로 비핵화의 단계를 따져보고 있다면, 북한도 마찬가지로 미국이 요구한 것과 같은 수준의 체제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 양측은 상호 불가침조약 등 체제안전 보장과 대(對)북 경제협력과 같은 여러 '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꼭 성공시켜 남·북·미 종전선언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싱가포르회담 전후에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앞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안보 우려 해소라는 두 핵심의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은 북·미 양측에 일종의 보장 장치가 될 수 있다.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문 대통령이 나흘 만에 김 위원장과 전격적으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남·북·미 3각 외교가 탄력을 받고 있는 점도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싱가포르에서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13일에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열려 종전선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한이 가진 안보 측면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과 함께 상호불가침 약속을 다시 한다든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거나 남·북·미 3국 간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남·북 간 실무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