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체제보장 제안에도 북 반발 지속

2018-05-24 10:37
미국 내 강경 발언 견제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방안을 수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북한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나섰다.

최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김계관 외무성 제 1부상 담화문에서는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에 대한 반발이 주를 이뤘던 가운데 이날 담화는 펜스 부통령을 공격했다.

최 부상은 “21일 미국 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대미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최 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에 이어 이번에 또 부대통령 펜스가 우리가 리비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역설하였는데 바로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며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북한이 카다피의 몰락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에만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을 향해 군사개입과 같은 협박을 하지 말라는 경고로 대북 강경 대응 방안에 대해 적극 견제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시사하는 담화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회담의 직접 당사자가 될 트럼프 대통령이나 준비를 위해 조율에 나서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고 외곽의 고위 관료들의 강경 발언만을 집어 비판하고 있는 것이 판을 깨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 거부했던 한국 기자의 참관을 수용한 조치도 북미정상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회담 개최 확정 여부는 내주경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 "무엇이 되든, 싱가포르(회담)에 관해 다음 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해 직접 북한과 협의에 나서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도 회담 성공 의지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그는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그 결정은 궁극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 그가 회담을 요청했고 대통령은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나는 6월 12일로 예정된 그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데 매우 희망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올바른 거래가 테이블에 올려지지 않는다면 정중하게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믿을 만한 조치가 취해지는 걸 보기 전까지 우리의 자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김 위원장에게 양보한 게 전혀 없으며 그렇게 할 의사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도 주민들을 위한 경제적 성장과 복지가 '전략적 변화'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공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 요구되는 검증 작업의 범위, '진짜 비핵화'가 이뤄졌다고 미국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에 대해 더 명확할 수 없을 정도로 설명했다"며 “김 위원장이 이런 부분들에 대해 이해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한 목적이 달성되는 시기가 왔을 때 그 대가로 민간 부문 기업, 그리고 다른 부문으로부터의 지식과 노하우, 대외 원조 등의 형태로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것이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김 위원장이 세계로부터의 체제안전 보장과 평화협정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로 이어지는 남북한 간 현재 상태의 종식을 원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릴 미국과의 준비 접촉에 북한 당국자가 참여할 경우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 당국자가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 당국자와 만날 예정이라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주전에도 준비 접촉이 예정돼 있었지만 북한 당국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북한측이 보안과 함께 부재시 체제 전복 시도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회담 개최를 앞두고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연기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어 개최 일정이 바뀔 것인지, 실제로 회담이 열릴 것인지 불투명하지만 양측이 성사 의지를 여전히 보이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