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CNN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증거 인멸”

2018-05-23 11:09
핵전문가 조사 없는 일방적 폐기 문제 지적

CNN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증거 인멸”

북한의 일방적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증거 인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AP=연합뉴스]
 

북한의 일방적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증거를 없애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CNN은 22일(현지시간)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대해 참관단에 전문가들이 빠져 핵개발 증거 인멸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행사에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기자들이 초청된 가운데 CNN은 풍계리 터널 내에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기회 없이 먼 곳에서 참관하기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르스 베촐 미국 안젤로 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모든 핵실험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이 들여다보게 되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폐기되면 핵개발 증거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과 화학무기 해체 전문가로 35년의 경력이 있는 셰릴 로퍼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잔여물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내가 가면 지질학자를 동반해 시료를 채취하고 방사선 측정기로 터널 내에서 수치를 측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료 분석을 통해 어떤 무기들을 실험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장치의 디자인을 알 수 있고 어떤 폭탄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그들의 계획과 진행 과정 등을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정보가 비핵화 협상 당사자들에게 힘이 되고 협의에 진정성이 있는지, 척만 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멜리사 한함 성마틴 확산 방지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2008년 부시 정부 당시 경수로 냉각탑을 폭파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행사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니었고 북한은 결국 경수로를 냉각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 핵개발 역사를 알 수 있고 진정으로 비핵화 의사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조사 없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해야 할 것은 모든 정보와 문서를 세계에 제공하고 유엔 조사관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급하게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것은 안된다”며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북미정상회담에서 해당 실험장 조사에 대한 합의를 막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멋대로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것은 비핵화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없고 증거인멸일 뿐”이라며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행사를 정치적인 선전으로 이용하려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로퍼는 “터널 일부가 붕괴되더라도 차후에 다시 활용하기 위해 다시 파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