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로 지목된 나집 前 말레이 총리…자택서 2700억원 현금뭉치 발견
2018-05-20 18:30
나집 전 총리, 22일 소환 조사 응할 듯…'꽁꽁 숨긴' 비자금 실체 밝혀지나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해 화려하게 정계로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마드(93) 총리가 임기 시작부터 나집 라작(65) 전 총리를 겨냥한 적폐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싱저우일보(星洲日报)'는 18일(이하 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나집 전 총리 자택과 관저를 포함해 가족 명의로 등록된 고급 아파트 등 총 6곳을 압수수색 했다고 보도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색을 통해 10억 링깃(약 2724억원)의 현금뭉치와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사치품 수백 점을 압수했다”며 “앞으로 비리혐의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나집 전 총리의 부인인 로스마 만소르(67)는 변호인을 통해 “비리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한순간에 범죄자로 몰려 큰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을 언론에 노출해 ‘인민재판’이 이뤄지는 건 옳지 않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고압적인 경찰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수사관들은 허락 없이 사저에 들어와 냉장고를 열고 초콜릿, 음료수 등 음식을 마음대로 꺼내먹고 있다”며 “심지어 압수수색 전 식사를 준비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우리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수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대적 압수수색은 나집 전 총리가 재임 시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비리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 자신이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60억 달러(약 6조4770억원)를 스위스·싱가포르 등지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하티르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집 전 총리의 대부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문서와 증언을 확보한 상태”라며 “1MDB의 관계자들도 최근 자발적으로 증언을 해주고 있어 그의 혐의가 빠른 시일 내 사실로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는 출국금지령을 받고 쿠알라룸푸르 시내 자택에 머물고 있는 나집 전 총리를 22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