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는 전통적으로 부동층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충청도 사람들이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지역적 속설까지 겹쳐 늘 막판까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곳 중의 하나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3선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충남은 혼돈에 빠졌다.

충남의 경우 금강을 경계로 충남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천안과 아산에서는 진보 지지세가 뚜렷하고 공주, 논산, 부여 등에서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 ‘안희정 사태’ 이후 도지사 선거 본선에 ‘등판’한 두 후보의 출신지도 이 같은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는 천안에서만 내리 4선을 한 중진의원이다. 양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바닥민심을 훑고 있다.

논산 출신의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는 자타공인 ‘정치 9단’이다. 대통령 선거 본선에만 두 번이나 출마하면서 한때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 후보는 20대 총선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인물난을 겪고 있던 당의 요청을 받고 출마를 결심했다.

두 후보는 20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충남의 경제가 침체돼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다만 양 후보는 기업 유치를 통한 경제발전과 함께 ‘복지’를 강조하고 있고, 이 후보는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었다. <편집자 주>

“젊음의 기준을 나이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도지사 자질의 문제라면 더더욱 나이에 따른 평가는 의미가 없다. 그동안의 정치경험으로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충청남도를 1등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는 “나이가 어리다고, 젊고 역동적인 도지사가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용기와 혁신의 에너지가 있어야 진짜 젊은 도지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44세에 노동부 장관(김영삼 정부)에 임명됐고 46세에 경기지사를, 48세에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만큼 도전의 에너지가 사그라든 적이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어차피 ‘보이’라고 부를 거면 ‘올드보이’가 아니라 충남을 살릴 ‘골드보이’라고 불러 달라”면서 “충남을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안희정 성폭력 의혹’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낙마 사태에 대해 “사건 자체도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지만, 집단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처에 안일한 생각이 배어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젊은 도지사, 젊은 충남의 새로운 비전을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든든했던 것이 사실이고 고향 선배로서 잘되길 바랐다”면서 “좌우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질주하다가 오만함을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1당 국가로 전락할 절체절명의 위기”라면서 “개인의 승패와 당의 문제를 떠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1당 국가로 기우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집권여당은) 북핵 문제를 다루는 안보 이슈를 가지고 지방선거를 덮어버리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지방선거는 지역과 정책 문제가 중심이 돼야지 안보 문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순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민주당과 후보랑 싸운다기보다는 이 정권의 무모한 책략에 맞서 시민과 함께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잃버린 충남의 자존심, 충남의 품격을 되찾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6선 국회의원에 대통령 선거까지 10번이 넘는 선거에 출마했다. 불사조를 의미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인 ‘피닉제’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 등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묻자 “충남지사직은 내 고향에 대한 마지막 봉사이자 헌신”이라며 “다른 일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치 원로인 그는 홍준표 대표에 대한 당내 일부 비토 분위기와 관련, “지금 전쟁(선거기간) 중인데 적이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면서 “민주당과 상대 후보, 문재인 정권과 싸워야지 왜 적을 안에서 찾느냐”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 후보는 “현재 당이 적당히 수리해서 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선거가 끝나고 민심을 받들어 아마 새로운 설계도를 가지고 다시 태어나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경쟁자인 양 후보를 향해선 대립각을 분명히 세웠다.

이 후보는 “솔직히 잘 모르고, 도민들도 잘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면서 “행정 경험도 없다는데 도지사에 걸맞는 리더십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후보의 슬로건인 ‘복지수도’에 대해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충남은 복지를 강조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충남이 요구하고 있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혹평했다.

그는 “돈 퍼서 나눠주는 포퓰리즘적 복지를 누구는 못하겠느냐”면서 생산적인 맞춤형 복지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충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충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일거리가 늘어나고, 늘어난 일거리만큼 일자리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로드맵으로는 경제·산업 중심지인 천안과 아산, 당진의 전자·자동차·철강 등을 연결하는 융·복합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10만 달러, 인구 300만 시대,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실현한다는 이른바 ‘2030 충남비전 135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2030년, 12년 뒤의 미래는 바로 지금 결정되는 것”이라며 “2030년이 되면 충남의 GRDP(지역내총생산)가 현재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울산에 이은 2등에서 1등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

△1948년 충남 논산 출생 △경복고 졸업 △서울대 행정학과 졸업 △제21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1기) △대전지법 판사 △노동부 장관 △경기지사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중앙선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13·14·16·17·18·19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