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출신 탈피 새 원장 모집 나선 대한상사중재원
2018-05-21 10:03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중재판정부는 지난 1월 삼성엔지니어링 대 오만 사건에 대해 분쟁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절차를 종결했다. 이 사건은 발주처인 오만 국영 정유회사 ORPIC가 계약이행보증금을 회수해 간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 삼성엔지니어링이 2015년 7월 오만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투자자-국가간소송(ISD) 중재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대한상사중재원 측은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합의 종결은 패소가 아닌 무승부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년 반가량 끌어온 이번 중재는 다른 지역보다 소송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중동지역 국가를 상대로 거둔 수확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평가했다.
국제 시장에서 기업 간 혹은 기업과 국가 간 분쟁이 늘면서 이를 중재하는 기관의 중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정식 재판의 경우 기간이 길고, 중재 절차를 밟는 것에 비해 비용도 높아 양측에게 모두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중재원은 1966년 만들어진 중재법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 부설로 발족한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전신이다. 이후 1970년 3월 사단법인 대한상사중재협회가 설립됐고, 1980년 현재의 조직으로 확대 개편됐다.
중재원은 최근 수장을 공개 모집키로 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중재원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이사회 추천을 통해 신임 원장을 선임했다”면서 “원장을 공개 모집으로 선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간 중재원장은 입법이나 행정고시 출신이 맡아왔다. 전문성과 안정감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퇴직 공직자의 또 다른 일자리 확보라는 비판이 있었다. 지성배 전 원장은 입법고시를 거쳐 공직에 입문한 뒤 이 자리에 올랐다. 권대수·도재문(입법고시), 김재현·박삼규(행정고시) 전 원장 등도 모두 관료 출신이다.
이에 따른 비난을 불식시키고, 다양한 외부 경력자를 입각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정책에 발맞춰 중재원도 원장 공개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모집 공고가 널리 알려지지 못하면서 뒤늦게 이를 접한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중재원 측은 “폭넓은 분야에서 전문가를 찾기 위해 기존 모집에서 접수한 지원자들에 대한 심사를 유지하면서 추가 모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공석인 중재원장은 새 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정관에 따라 대행은 이사가 지목한다. 이번엔 중재원 국제중재센터장이 대행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