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 '이별비' 유행… '억' 소리

2018-05-17 09:27
이별통보 받은 여자친구 17억 요구

여자친구에게 주려고 한 '이별비' 3억4천만원을 돌려받는 중국 남성(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중국에서 젊은이들의 연애 트렌드인 ‘이별비’가 주목받고 있다. 연애 관계를 청산할 때 주로 결별을 요청하는 쪽에서 주는 위로금 성격인 이별비를 요구하거나 받아내는 과정에서 커플 간 싸움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중국 항저우시 한 술집에서 주인 없는 가방이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가방 안에 현금 200만 위안(약 3억3800만원)이 들어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현금은 자신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게 건네려던 ‘이별비’로 전해졌다.

가방이 발견된 술집 직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손님은 20살쯤 돼 보이는 남성이었으며 큰 여행 가방을 가지고 여성 2명과 함께 밤 10시쯤 가게를 찾아와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다퉜다. 술집으로 들어 온 3명은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다가 화가 난 남성이 가지고 온 가방을 놓고 나가버리자 여성 2명도 얼마 후 밖으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가게 문을 닫을 때쯤 직원이 남성이 두고 간 가방을 열어보니 돈뭉치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한 것.

청년은 경찰에게 “돈이 충분치 않았던 거냐”고 말해 분통을 터트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후 돈 가방을 다시 돌려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별을 당한 여성은 남자친구에게 이별비로 1000만 위안(약 17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중국의 젊은 남녀 커플들 사이에서는 이별의 대가로 이별비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지, 연애할 때 평등한 남녀 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공론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해프닝을 보도한 영국 BBC는 “이별비는 연애를 결혼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인식했던 중국인들의 전통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관점이 있는 반면, 중국 사회에 만연한 소비지상주의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