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급회담 연기선언] ‘맥스선더’ 훈련보다 태영호 전 주영공사 발언 영향 더 컸을 듯
2018-05-16 15:56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표면적인 이유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명시했다. 그러나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발언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외교 당국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한 당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행위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국회 마당에서 북한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일이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태 전 공사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정은의 핵실험장 폐기와 외신 초청은 쇼맨십”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에서 신격화된 김정은 위원장, 즉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와 체제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태 전 공사의 발언을 보고만 있었다는 주장이다.
다만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태 전 공사의 출판기념회 내용이 상세히 보도된 건 14일 아침이다. 하루가 지나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안했다.
한편 태 전 주영공사는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며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16년 한국 망명 전까지 조연준·조용원과 함께 김정은 ‘비선 실세’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이런 이유로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태 전 공사가 김정은 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책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