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범바너' 조효진·김주형 PD "멤버 구성? 유재석에 주눅들지 않는 인물들로"

2018-05-16 17:09

'범인은 바로 너!' 김주형 PD(왼쪽), 조효진 PD[사진=넷플릭스 제공]

언제나 도전이었다. 본격 심리 추리 버라이어티인 SBS 예능프로그램 ‘X맨’을 지나 스타들이 시골에 찾아가 1박 2일을 보내는 ‘패밀리가 떴다’, 액션 버라이어티 ‘런닝맨’에 이르기까지. 조효진 PD와 김주형 PD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한 장르를 완성해냈다.

두 PD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 때마다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건 이번 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 예능국 출신으로 2001년 입사, 유명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조효진·김주형 PD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추리 버라이어티 게임쇼 ‘범인은 바로 너!’(이하 ‘범바너’)의 메가폰을 잡게 된 것이다.

“2015년에 SBS를 그만두고 김주형·장혁재 PD와 컴퍼니 상상을 차렸어요. 그동안 너무 ‘불금’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조금 쉬엄쉬엄 일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4월 넷플릭스에게 제안을 받게 됐죠. 마침 저희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어서 가제였던 ‘덤앤더머 디렉티브’를 보여줬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한국에서 유행하는 코드가 아니라 좋다’며 3일 만에 승인이 났죠.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조효진 PD)

지난 4일 첫선을 보인 뒤 현재 4회까지 공개된 ‘범인은 바로 너!’는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7명의 허당 탐정단이 에피소드마다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예능 프로그램. 넷플릭스가 처음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예능이며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원톱 MC인 유재석을 필두로 배우 안재욱, 이광수, 박민영, 방송인 김종민, 그룹 엑소의 세훈, 구구단 세정이 각각의 캐릭터를 맡아 사건을 추리해나간다. 과거 SBS ‘런닝맨’을 함께한 조효진 PD와 유재석이 재회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음은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조효진 PD와 김주형 PD의 일문일답이다

'범인은 바로 너!' 조효진 PD[사진=넷플릭스 제공]


첫 방송 이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조효진 PD: 동료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제 지인이니까 좋게 이야기해주시는 편이다. 하하하. 저보다는 연기자들 주변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유재석 씨는 ‘범바너’ 첫 방송까지 오래 기다려 주셨으니까. 우리끼리 그런 얘기 잘 안 하는데 13년 만에 서로 ‘고맙다’고 말했다.

방송을 보다 보니 캐릭터가 분명하고, 연기자가 상황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경계하더라. 여타 예능과는 달리 자신의 캐릭터에 집중하고 본체를 지우는 것이 특이했다
조효진 PD: 촬영 당시 가장 고민했던 게 가상현실 안에 MC 유재석이 있는 게 아니라 탐정 유재석이 있고 사건을 맞닥뜨린다는 것이었다. 이 설정 자체가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예컨대 시체를 발견했을 때, 출연진들이 ‘아직 살아 계시는데요?’라는 식으로 예능적 장난을 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진지하게 상황에 몰입하는 게 맞는 건지 정해두지 않았다. 그런데 첫 회를 끝내고 ‘몰입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이 났다. 7인의 출연진이 자신이 탐정이라는 설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캐릭터가 맞아가는 게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그 안에서 성장하기도 하고. 녹화를 마치고 나면 우리끼리 ‘오! 진짜 탐정 같았어’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예능과 극을 조율해나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겠다
김주형 PD: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 재밌는 방향을 선택하려고 하는 거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고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본다. 예능 드라마처럼 (캐릭터나 대본을) 씌우고 가는 건 아니고 최소한의 설정만 가지고 가는 건데 기존과 다른 점이라면 한정된 시리즈물이니 빨리 (캐릭터를) 만들고 가는 게 목적이다. 출연진들이 탐정 놀이에 얼마나 익숙해지느냐도 포인트인 거고. 우리 입장에서는 캐릭터 빌딩(character building, 인격 형성)이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졌다고 본다. 보통 1~년 걸려서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에피소드 10개 안에서 소화해야 하지 않나. 빠른 시간 내에 완성된 것 같다.

출연진 조합도 신선하다. 방송인부터 배우, 가수까지 접점을 예상할 수 없더라
김주형 PD: 거창하게 추리 예능이라고 했지만, 본질은 예능이고, 추리라는 특이한 소재를 잡지 않았나. 기획의 출발점은 ‘오픈 월드’를 만들어 탐정단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 수사를 벌인다는 것이었다. 반응을 유도하고 끌어낼 수 있으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인 유재석을 필두로 출연진을 꾸렸다. 예전에 함께 작품을 경험한 (이)광수씨, (김)종민씨, (유재석과) 학교 선후배 사이인 (안)재욱씨가 출연을 결정했다. 보통 (유)재석 형의 아우라에 눌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세 사람은 그렇지 않다. 거기다 종민씨는 즉각적인 김주형 PD: 순수한 리액션을 잘하는 분이고 재욱씨는 재석 형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 재밌었다. 
조효진 PD: 특히 종민씨는 세계적 스타가 되고 싶다는 야망으로 함께 하게 됐다. 하하하.

'범인은 바로 너!' 김주형 PD[사진=넷플릭스 제공]


추리 버라이어티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놓치고 가는 힌트들도 있을 것 같은데
김주형 PD: 화면 안에 없는 단서는 없다. 다만 화면 안의 단서를 가르쳐줄 수는 없다. 탐정들은 플레이에 익숙해지며 단서를 찾고 그 안에서 게스트와 상호 작용을 한다. (게스트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고 단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출연진들이 알게 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되더라. 예컨대 (유)연석씨가 총을 꺼냈는데 출연진들이 잡을 수도, 안 잡을 수도 있지 않나. 이런 면에서 여러 개의 경우의 수를 두고 판을 짰다. 이전 작품들과 달랐던 것도 이런 면이었다.
조효진 PD: 한 가지 사건에 대한 경우의 수가 5개 정도는 된다. 알아 차렸을 때,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모두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김주형 PD: 기본적인 정보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 게스트들이 어려운 게 정해진 정보가 있고 이를 대답해주기가 어렵다. 게스트가 이해를 잘 할 수 있을까? 설명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빨리 적응을 해서 (상황을) 잘 만들어주더라. 처음엔 간극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는데 하면 할수록 빨리 이해하고 어떻게 정보를 뽑아야 하는지 파악,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제작진 개입은 어디까지인가?
김주형 PD: 저희는 최대한 가상현실을 잘 세팅하고 그 안에서 출연진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추리를 하기 위해서는 팀이 나뉘고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조율은 재석 형이 맡는다.
조효진 PD: 예컨대 다음 목적지가 바다다. 그런데 그곳으로 여성 출연진들을 모두 보낼 수 없지 않나. 물에 빠져야 하는데 여성 출연진들만 보내면 촬영이 길어진다. 저희는 다음 단계를 알고 있으니까 재석 형에게 눈짓을 보내기도 한다. 엄청난 힌트는 아니고. 하하하. 재석 형은 노련하니까 반반씩 조합해 보내는 거다.

유재석의 역할이 엄청나겠다
조효진 PD: 우리는 13년을 함께 했으니까. 서로 믿어주는 거다.

'범인은 바로 너!' 김주형 PD(왼쪽), 조효진 PD[사진=넷플릭스 제공]


캐릭터가 다양하니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도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조효진·김주형 PD가 밀고 싶은 조합이 있다면?
조효진 PD: 안재욱씨와 세훈씨 조합이 재밌다. 제일 큰 형과 막내인데도 잘 맞는다. 세훈씨가 말하기를 ‘저는 안 해본 게 너무 많아요!’라더라. 어린 나이부터 아이돌을 해왔기 때문에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고. 재욱씨가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라며 알려주는데 사실 자기도 잘 못한다. 하하하. 둘의 조합이 예상치 못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또 여여 케미도 좋다. (박)민영씨와 세정씨가 잘 지내주길 바랐는데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두 사람이 카메라 밖에서도 가깝게 지내며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가더라. 사실 캐릭터는 케미가 쌓이면서 나오는 거니까. 둘의 조합도 마음에 든다. 좌(左) 광수, 우(右) 종민은 그야말로 덤앤더머다. 우리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인 셈이다. 재욱, 재석 조합도 재밌다. 보통 재석 형의 아우라에 밀리기 마련인데 재욱씨는 그런 게 1도 없다. 학교 선후배기도 하고 재욱씨 캐릭터가 자기 할 말 다 하고 까칠하지만 솔선수범하는 캐릭터라서.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신선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더라.

플랫폼이 바뀌면서 표현에 자유가 생겼다거나, 수위 조절이 용이한 부분도 있었나?
김주형 PD: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넷플릭스 역시 국내 관람 등급에 따른다.
조효진 PD: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다른 점은 있었다.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는 거니까. 우리 프로그램이 시물레이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뭐든 한 번에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우리끼리는 NG 없는 드라마라고 표현한다. 그런 디테일에서 실수하면 몰입도가 떨어지니까. 사전 제작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김주형 PD: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좋았다. 우리는 리얼리티를 표방하지만 몰입을 원했기 때문이다. 노출된 카메라를 일일이 줄이고 자막도 최소화했다.

BGM도 여타 예능과 달랐다. 방송국에서 돌려쓰는 BGM이 아니니 더 몰입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조효진 PD: 저작권 문제였다. 199개국의 저작권을 맞출 수 없지 않나. 한국에서는 방송국에서 정리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으니까. 정지운 음악감독에게 부탁해서 주제곡을 만들고 여러 음악을 넣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만들어진 곡은 150여 곡이다. 트랙으로 따지자면 300트랙 정도는 된다.

넷플릭스는 유료 플랫폼 아닌가.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데. ‘범바너’가 유료 결제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조효진 PD: 하하하! 무서운 말이다. 잘 모르겠다. 일단 한 달 무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주형 PD: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