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경제도 2분기에 변수로 떠오른 국제유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내수 및 수출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상 고유가는 기업의 비용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이 뒤따른다. 산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가 일자리 추경 통과를 위해 정치권에 집중한 사이, 국제유가 상승 조짐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구상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분기 한국경제는 우려했던 대외변수를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달러, 미국 금리인상, 북한 리스크 등을 극복하면서 2분기에는 대외변수가 줄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되며 국제유가가 2분기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걸림돌로 떠올랐다. 정부는 일단 관망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에 따라 미국과 이란의 영향이 적은 데다, 국내 상황도 예상보다 안정적이라는 판단이다. OPEC 감산합의에서 미국과 이란 관계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이란발 고유가 충격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36달러,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77.48달러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비회원 산유국은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공급량을 제한하는 감산에 합의,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문제는 이란이다. 이란은 OPEC 회원국 가운데 셋째로 원유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미국의 대이란 원유 제재 재개로 유가 상승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제재에 따라 이란 원유가 시장에서 배제돼 유가가 오를 경우, 일부 감산 합의 당사국은 과잉공급 제거와 가격인상이라는 감산 합의 임무가 완료됐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제유가 흐름이 안갯속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유가가 갑자기 뛰면 물가와 경제 성장률 전망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처럼 고용사정이 좋지 않을 때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면 가장 고통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역시 고유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월 경제전망에서 조달 유가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4월에는 62달러로 제시했다.

반면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돼도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강달러 추세에서 유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장은 “강달러 추세에 따라 유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유가와 함께 미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 여러 변수가 번갈아 가며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글로벌경기 개선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게 조절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