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만난 10대그룹…"지배구조와 거래 관행 개선 노력"

2018-05-10 15:39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10대그룹 정책간담회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권혁구 신세계 사장(왼쪽부터), 금춘수 한화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상훈 두산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10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힌 데에 경제계는 이같이 협조의지를 나타냈다.

김준동 대한상의 부회장은 “공정거래분야는 정부와 기업의 서로에 대한 교감이 중요하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 협력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을 재계도 잘 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경제계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10대 그룹 경영인중 5분은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 일정을 마치고 오늘 간담회에도 참석했다”며 “(지배구조 개선 등) 재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열린 5대그룹 간담회가 “간담회가 아니라 일방적 훈시”였다는 일각의 불만을 의식한 듯 “불편한 자리에서 숙제검사 하듯이 재계 분들을 만나는 이벤트성 행사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감할 내용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업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다”며 “앞으로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가운데)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 "재벌개혁은 대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것"

1시간 넘게 진행된 10대그룹 전문경영인과 공정위원장간 비공개 간담회는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이 대기업의 생산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듭나고 더욱 발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딱딱한 법률 개정을 통해서 변화를 압박하고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시간을 가지고 각 그룹에서 자발적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변화의 길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변화의 기준은 현재가 아니라 적어도 10년 뒤의 한국경제라는 점에 적극 공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기준이 아니라 미래의 기준으로 선제적으로 변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이런 점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자발적인 변화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이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제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을 위한 법률적 수단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현행법에 과도하게 규정돼 있는 형벌 조항을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성장과 관련해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선도적 투자를 위한 방안 마련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담기 위해 재계와 공정위가 같이 고민해 실무적인 내용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과 함께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 일감몰아주기‧지배구조 개선 속도 주문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와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해서는 재계가 선제적 변화를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는 “법률 제약이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한 주력 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삼성을 지목하며 정부가 제시하는 일률적인 방법 대신 기업 환경에 맞게 지속가능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늦을수록 삼성과 한국경제 전체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고,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나쁜 결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공정위까지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해 삼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 모양새다. 이에 윤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의 법을 뛰어넘는 선제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업들은 철저하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고자 한다”라며 “삼성의 경우 이 부회장의 상고심이 남아있고, 법적 쟁점이기도한 지배구조 문제를 이른 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 현장에서는 회의 시작 직전 민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 관계자 5∼6명이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재벌갑질 총수구속'이라는 글이 쓰인 소형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여 주최 측 관계자들에 의해 퇴장 당했다.

김 위원장은 기습 시위를 언급하며 “그분들도 절박한 사유가 있겠지만, 공정위가 급박하게 시간을 정해놓고 개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며 “내 임기 3년과 현 정부 임기 5년 동안 일관되게 가는 것만이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