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기사 맛보기] 불꺼진 서울시의회
2018-05-10 10:13
시의원 지방선거 앞두고 시정 외면, 지역구에 얼굴 알리기
안내직원의 책상 한켠에 놓인 모니터에는 재실과 부재를 각각 노란색, 흰색으로 표시한 현황이 나타났다. 120개 가량의 사무실 중 노란색은 4곳에 그쳤다. 이외 초록색으로 표시된 15곳은 시의원 본인이 아닌 관계자가 내부에 있음을 알려줬다. 이런 썰렁한 분위기는 벌써 3~4개월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본격 선거철이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안다. 평일에 단 한번이라도 얼굴을 비추는 의원들은 손에 꼽을 만큼이나 적다"라며 "이곳 직원들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주인 없는 명패도 간혹 있었는데 본연의 직함을 버리고 선거전에 뛰어든 경우다.
서울시의회가 개점 휴업을 넘어서 폐점 직전이다. 출근율 0.04% 수치가 이를 대변한다. 당장 비회기 중인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개인 업무공간이 마련된 회관에서 조차 마주치기 어렵다. 다음달 본인에게 한표를 행사할 지역표심을 얻기 위해 시정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듯싶다. 5월 초 기준으로 시의원 현원은 75명으로 정원에서 31명이 모자라다.
예견된 상황이지만 어찌됐건 볼썽사납다. 앞서 열린 임시회에서도 참석률은 60~70% 수준으로 평소보다 20% 가까이 저조했다. 지방의회는 1991년 부활 이후 올해로 27살이 됐다.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을 구성원으로 해 성립하는 합의제 기관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한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재정 규모가 40조원이 넘는 서울시와 교육청을 감시한다. 국가 예산의 10분의 1에 이르는 방대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는지를 살펴본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이곳 시의회는 전국 지방의회의 맏형이다. 다시 말해 타지역보다 진정한 분권과 자치 실현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시의원 입장에선 본인 정치생명이 중대기로에 놓인 목전의 선거도 중요하다. 이미 너도나도 선거전에 뛰어들며 공백은 불가피해졌다. 시민들 역시 이같은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엔 늦은 것일까. 4년 전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에 대한 기대를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저버리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