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세계 최고 씨감자 생산시스템 구축…경제효과만 연 173억원

2018-05-04 08:00
제주농기원 기술력 배우려 40여개국 국내 찾아
국내 개발 씨감자 품종 중앙아시아 수출길 열릴 듯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수경재배 생산시스템.[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나라 씨감자 생산시스템이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 40여개국이 국내를 찾았고, 베트남‧카자흐스탄 등에서는 실증재배에 들어갔다.

특히 주로 재배되던 일본의 씨감자 ‘대지’ 품종의 단점을 극복한 국내 ‘탐나’ 품종은 강점을 인정받아 재배농가가 점차 늘고 있다. 높은 생산성으로, 중앙아시아 수출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시스템에서 재배된 우량 씨감자가 보급되며 농가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종자비용 등 경제적 효과만 연간 173억원에 달한다.

◆‘생산시스템+국산 품종’ 경제효과 173억원··· 수출길 오르면 가능성↑

북방지역 국가는 대부분의 씨감자가 여러 해 동안 재배돼 바이러스가 많고 생산성이 떨어져 종자 갱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씨감자 생산시스템이 체계화되지 않아 우리나라로부터 씨감자 공급과 수경재배 기술을 이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제주농기원에서 생산된 수경재배산 씨감자를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실증재배한 결과, 씨감자 우수성이 입증돼 수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농기원이 구축한 씨감자 수경재배 생산시스템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감자의 씨앗 역할을 하는 씨감자는 품종과 생산방법, 대량생산 여부 등이 중요하다. 수경재배 생산시스템에서 재배된 씨감자는 △저장성 △환경 적응력 △생산성 등이 우수하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2년간 ‘솔라라’ 품종을 연간 200㎏씩 베트남 식량과학원(FCRI)에 공급했다. 카자흐스탄은 2016년부터 매년 ‘산테’ 품종 80㎏을 증식하고 있다.

현지 실증재배에서 호응을 받은 ‘탐나’ 품종은 중앙아시아 수출을 위한 통상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각국은 생산시스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앞다투어 국내를 찾아오고 있다. 에티오피아 신젠터 종묘회사 등 해외 40개국은 제주농기원이 개발한 수경재배 생산시스템을 보기 위해 국내를 방문하기도 했다. 태국 등은 기술이전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30개 지자체가 이곳을 답사했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과는 MOU를 체결, 기술을 이전했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우량 씨감자가 농가에 공급돼 연간 종자비용만 66억원이 절감된다. 생산성이 20% 향상돼 107억원의 조수익이 늘어 총 173억원의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경재배 생산시스템에서 생산된 씨감자.[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대량생산 가능한 수경재배 개발··· 완전자급화 달성

제주농기원은 세계가 인정하는 씨감자 생산시스템을 구축, 수경재배에 적합한 묘 증식체계와 생산기술을 정립했다.

기존 수경재배에 이용된 조직배양묘는 증식에 한계가 있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정식 시 묘가 연약해 초기 관리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경삽묘(줄기꺾꽂이묘)는 일시에 많은 묘를 생산할 수 있고, 줄기가 단단해 조직배양묘보다 환경 적응성이 훨씬 뛰어나다.

줄기꺾꽂이묘는 시험관에서 키워 자란 줄기를 꺾꽂이해 묘상에 심고, 10일 후 옮겨 심어 씨감자를 대량생산하는 방법이다.

제주농기원은 1998년부터 수경재배 시설을 갖추고 배양액 제조와 줄기 유인기술 등 생산시스템을 보완해 기술을 정립, 2007년부터 전국 최초로 수경재배산 씨감자 공급했다.

이를 통해 기존 생산·보급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현재 국내 씨감자 보급체계는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기본종을 연간 20만개 생산, 5단계(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를 거쳐 전국에 보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2006년부터 2단계로 축소(기본종→ 보급종)했고, 전국 최초로 최상위 씨감자를 농가에 공급, 완전자급화를 달성했다.

농가 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공급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제주도는 공급협의회를 통해 농가 수요를 미리 파악한 후, 씨감자를 공급한다. 1년 1기 종자 갱신 완전자급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품종 단점 극복한 국산 품종 ‘탐나’··· 척박한 토양 재배 가능

제주 감자는 1980년대 일본에서 건너온 ‘대지’ 품종을 주로 재배했다. 한 가지 품종만 주로 재배하다 보니 더뎅이병 등에 취약하고, 생산성도 떨어졌다. 제주농기원은 이에 새로운 국산 품종 개발에 착수해 우수 품종인 ‘탐나’ 개발에 성공했다.

탐나 품종은 더뎅이병 저항성이 뛰어나고, 초세가 강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재배될 뿐만 아니라 맛과 모양이 좋아 소비자 및 생산자 만족도가 높다. 이 품종을 사용하는 농가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또 수경재배산 씨감자는 3∼50g 크기로 저장성이 좋고, 환경 변화에 적응성이 강하다. 발아가 균일하고 생산성도 우수하다. 종서 활력이 우수해 일반 감자(2회)와 달리 4회까지 종서사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