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석한 조현민 연신 “죄송하다”… 갑질 사태는 일파만파

2018-05-01 11:54
'물컵 갑질' 논란 후 공개석상 첫 등장… 혐의 인정하냐는 질문엔 '묵묵부답'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있다.[사진=최윤신 기자]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일 경찰에 출석했다.

조 전 전무는 이날 오전 9시56분쯤 서울 강서경찰서에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출석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전 전무는 이날 검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경찰서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선 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6번 반복한 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 전 전무는 이날 박은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동행했다. 박 변호사는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인물이다.

조 전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광고 관련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에게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유리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혐의 확인을 위해 당시 회의 참석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다.

또 경찰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전무가 폭언이나 폭행으로 광고대행사의 업무를 중단시켰을 경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조 전 전무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지, 추가 조사가 필요할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조 회장의 1남 2녀중 막내인 조 전 전무의 이번 물컵 갑질 사태는 총수일가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조씨 일가의 밀수 의혹과 관련, 관세청은 최근 조 회장의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또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과 관련한 폭로가 이어지자 경찰은 이와 관련한 내사도 진행하고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 이 이사장을 소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채팅방에 모인 대한항공 직원들은 총수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기획 중이다. 지난 27일에는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와 조종사 노조가 연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경찰서 정문 앞에서도 조 씨 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이 열렸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 등 민중당 관계자 9명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맞는 처벌을 요구한다”며 “조현민을 구속수사하고 대한항공 조씨 일가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땅콩회항 피해자인 대한항공 박창진 전 사무장과 대한항공 현직 기장인 이건흥씨도 이날 경찰서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