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칼럼] 판문점선언에 놀란 중국, 한반도 딜레마에 빠지다

2018-04-30 14:08
차이나패싱 우려에 다급한 중국...한반도의 '영구적 평화'가 목표되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판문점선언’을 중국은 ‘환영’했다. 하지만 중국은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 패싱’ 관례화를 우려하는 중국

올해 초 ‘평창외교’에서 중국은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차이나 패싱’을 경험했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의한 방중이라고 발표했지만, 필자는 중국이 김정은 초청이라는 묘수로 국면을 전환했다고 판단한다.

'재팬 패싱'을 우려하는 일본과는 달리, 김정은 방중으로 차이나 패싱에서 벗어났던 중국은 '판문점선언'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중국은 “남·북·미 3자회담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열 수도 있다”는 문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또는’의 의미를 4자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비관적으로 해석했다. 이에 “한반도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면 중국이 포함된 4자회담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필자의 의견이 그들에게 위로의 말이 되었다.

중국은 한국전쟁의 종결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굳은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갑자기 등장한 차이나 패싱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의 화해는 ‘양날의 검’, 중국의 고민

남북 화해가 한반도 평화안정과 공동번영 추구 및 민족통일로 이어지는 것이 중국에 어떤 의미일까? 중국은 단기적이자 장기적 측면으로 판단한다.

단기적 측면에서 남북 화해는 △북핵문제 △한반도 전쟁 재발 △핵물질 유출 △북한 난민문제 등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으므로 중국에 유리하다. 한반도의 안정으로 중국은 다른 지역과 분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신(新)북방정책’과 ‘일대일로’의 협력으로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의 공동번영도 모색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고민은 ‘통일된’ 혹은 ‘통일된 효과를 가진’ 남북협력이 결코 중국에 유리하지만 않다는 점이다. 남북협력은 향후 △중국도 포함된 한반도 분단 책임소재 찾기와 추궁 △외세에 대한 한반도 독립·자주의식 고양 △주변국과의 영토분쟁 시작 △남북 핵개발 능력 향상과 실질적 핵보유 △주한미군 주둔 지속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남북화해로 중국에 새로운 차원의 한반도 딜레마가 생긴 것이다.

◆늦었지만 역할론을 외치는 중국

중국의 한반도 종전선언 참여 자격에 대한 논의는 중국에도 있다. 한·중 양국의 공통된 논점은 지금은 사라진 ‘중국인민지원군’(지원군)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있다. 중국에서도 지원군이 중국을 대표할 수 있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중국은 당시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회피한다는 융통성을 발휘해 지원군의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했다. 1950년 10월 19일 처음 압록강을 넘은 지원군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서명 이후 1958년 10월 26일까지 단계적으로 북한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한때 약 240만명에 달했던 지원군은 1959년 1월 모든 편제를 해체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중국 현지의 한 지인은 “현재 중국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종전선언’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인민’이라는 글자가 들어갔기 때문에 지원군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대표한 것이라고 반대 의견에 반박했다.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한다는 지적을 의식했는지, 국제정치는 원래 비도덕적이라고 한다. 필자는 그의 주장에서 중국의 당혹감과 다급함을 발견했다.

◆한반도 영구적 평화, 사고의 전환이 필요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된다면 이는 중국에 큰 충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자 자격 유무라는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추구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아래와 같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안보문제 해결을 위한 프레임은 최대한 단순화해 공동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남·북·미 3자회담이든, 남·북·미·중 4자회담이든, 러·일 참여의 6자회담이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라는 목표 달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참여하지 않았다고 자국의 국가이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고정관념 탈피, 체면·명분 등 거품 제거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협력에는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의 참여가 필요하다.

셋째, 판문점선언과 종전선언 등의 합의를 합법화해야 한다. 관련국의 국내법, 국제법 및 한반도 통합법 신설 등을 통해 법제화해야 한다.

이 과정의 공통 전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한 상호 소통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대화는 더욱 그렇다. 남북은 통역이 필요없지만, 오랜 대화의 단절로 상대의 의사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정확하고 원활한 상호 이해를 위해 상시적인 대화채널이 다양하게 가동되어야 한다.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고급연구위원
 

[김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