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물꼬 역할 한 식량…단계별 농업협력 추진 기대감

2018-04-29 16:11
남북관계 개선 시 농업 관련 협력 추진 방침
‘쌀값 안정-인도적 차원-관리비 절약’ 쌀 지원 여부 관심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조성되자, 지금까지 남북교류의 물꼬 역할을 해온 농업분야 협력이 다시 시작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량(쌀)지원부터 산림녹화사업, 접경지역 산불‧가축질병 공동대응 등 협력분야는 다양하다.

농업협력은 지금까지 남북 관계에서 전략적 카드로 자주 사용됐다. 특히 대북 식량지원은 △인도적 차원 △국내 쌀 재고 처리에 따른 쌀값 안정 △재고관리비 절약 등 1석3조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넘치는 쌀’ 재고 보관‧관리비만 t당 30억원

지난해 우리나라 쌀 재고량은 350만t을 넘어,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970년 32만t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쌀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다. 반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1.8㎏으로 역대 최저치다.

쌀 재고가 넘쳐나면서 보관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재고 10만t당 연간 보관‧관리비는 307억원이 필요하다. 주정용 등 특별처리를 하면 추가비용이 든다.

농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조정제로 20만t의 쌀이 격리되면 재고관리비와 쌀값 안정 등 3600억원 수준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추산한다.

정부는 재배면적을 줄이는 등 생산량을 조절하고, 중동‧아프리카 5개국에 인도적 목적의 식량원조를 추진하고 있다. 쌀 가공식품을 통한 소비확대와 복지용‧사료용 공급 확대 같은 대책도 펼치고 있다.

만약 대북 쌀 지원이 시작되면 우리나라에서 북한으로 식량이 건너가는 건 8년 만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처음으로 쌀 30만t과 옥수수 20만t을 북한에 지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매년 40만~50만t의 쌀을 차관해 줬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5‧24 대북제재조치로 중단됐다.

대북 쌀 지원은 우리나라 쌀값 안정, 재고비용 절감과 함께 인도적 차원에서도 명분이 있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 5세 미만 어린이의 28%는 만성영양실조 상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부지원이 필요한 식량부족 국가군에 포함시켰다.

◆남북관계 개선시 농업협력 추진

농식품부는 올해 초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농정비전을 담은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남북관계 개선 정도에 따라, 농업 관련 남북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발전계획에 구체 방안을 담지 않았지만, 남북경제협력 일환으로 농업협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접경지역 가축질병이나 산불, 병충해 등은 공동대응해야하는 과제다. 북한 산림의 30% 이상이 황폐화됐다는 점에서 산림분야 협력도 있다.

최근 발족한 한반도산림녹화추진단은 북한지역 산림녹화와 한반도 산림생태계 복원 추진을 위해 구성됐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산림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산림복구‧녹화 기술인력과 북한 관련 전문가 119명이 참여했다.

남북관계 개선 흐름에 따라 농식품부도 분주해지고 있다. 쌀 지원 등은 전체적인 대북정책 틀에서 결정돼야 하지만, 향후 결정 여부에 따라 실무적인 사안을 담당하는 부처인 만큼, 이에 대한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