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특별기획 ②] 당당한 자세로 '사이드 디쉬(경제)' 즐겨라
2018-04-25 16:02
환율 변동과 에너지 개발 등 위기 상존
원점에서 협상 출발…"비핵화보단 경협에 초점 둬야"
원점에서 협상 출발…"비핵화보단 경협에 초점 둬야"
아주경제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국내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과 우리 정부의 역할 등을 3자 전문가 토론을 통해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2회에 걸쳐 살펴봤다.
사회는 곽영길 아주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맡고,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가 미국측,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이 중국측 입장을 분석하는 토론자로 나섰다.
◆국내 기업, 외국인 투자 동향 주시···자원·에너지 개발 통한 경제 성과 노려야
전병서 소장: 기업 입장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단연 환율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시장은 완벽하게 전세계에 열려 있어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남북 문제가 독일과 같은 전철을 밟아 양호하게 풀린다면,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모여들어 환율이 1000원대 중반을 돌파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오히려 개방된 분위기를 틈타 세계 헤지 펀드(Hedge Fund)들이 달라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곽 회장: 옳은 말씀이다. 한반도에 빅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환율이 크게 요동친 바 있다. 우리가 20년 전 외환위기 시절, 1달러에 800원에 불과했던 환율이 최대 2000원까지 치솟지 않았나.
양준석 교수: 기업 문제를 잠시 제쳐두고, 독일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다. 사실 독일은 통일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돌이켜보면 독일 정부가 잘못 세운 정책도 많다. 이는 정부가 인도적인 면, 정치적인 면을 모두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결국 독일의 사례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독일 외에 벤치마킹할 만한 국가가 전무해서다.
예컨대 환율 문제만 봐도 그렇다. 당시 동독의 마르크화는 서독에 비해 쌀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정부는 약간 비시장적인 논리로, 동독의 마르크화 환율을 높게 맞췄다. 하지만 동독의 생산성은 더욱 낮아지고, 개발도 지연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런 사례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학습해야 한다. △남한과 북한의 원화 비대칭 △생산성 차이 △지역별 갈등 요소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장기적 플랜을 갖춰 남북 문제에 임해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협상이 잘 풀려 정전협상에 이어, 경제협력은 물론 통일까지 비전이 보일 경우, 30년 이후 한반도 상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질 것이다.
다만 10~20년간은 독일과 같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 역시 이런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과 달리,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소기업 상당수는 이런 혼란을 헤쳐갈 힘이 없다. 이를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의 체력을 키워주거나,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회담 후 상황은 장기적으로 장밋빛일 순 있어도, 10~20년간은 가시밭길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곽 회장: 남북정상회담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든 양국의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기회요인이 있다면?
전 소장: 사실 이제껏 열린 회담에서는 정치적 이슈가 깊이 개입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정치적 문제보다 경제적 문제가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입장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가시적 경제성과를 하나만 거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 본다. 개인적으로 주의 깊게 바라보는 분야는 바로 자원과 에너지다.
일단 북한은 각종 제재와 경제적 낙후로, 광산자원이 우리보다 23배가량 많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는 희귀 광물 희토류의 매장량이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우리가 첨단과학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의 자원을 얻는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중국의 내몽골 지역은 클린 에너지의 최대 산지이지만, 정작 중국은 이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 엄청난 에너지를 우리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지능화 전력망)를 이용, 북한을 거쳐 들여온다면 중국·북한 간 새로운 산업 수익 모델을 수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에너지 개발이 한·중 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미세먼지 문제의 경우, 우리 입장에서 확실한 심증을 갖고 있지만 중국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고 에너지 개발을 제안하면, 중국 역시 미세먼지 저감에 대해 좋은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곽 회장: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평화협정 등이 '메인 디시(Main Dish)'라면, 만찬을 풍부하게 할 경제적 요인은 '사이드 디시(Side Dish)'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회담에서는 메인 디시보다 사이드 디시에 집중해야 할 지도 모른다.
◆힘 있는 자세로 큰 성과 노리되, 경우에 따라서는 포기할 각오도 필요
곽 회장: 남북정상회담에 있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전 소장: 과거부터 대륙과 해양이 충돌할 경우, 반도 국가는 항상 격전장으로 변했다. 이 경우 힘이 있으면 운전자가 되는 것이고, 힘이 없으면 식민지로 전락한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운전자로 갔으면 좋겠고, 또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우리 정부가 조급한 자세로 접근하지 말고, 큰 성과를 노렸으면 좋겠다. 또 이번 회담을 통해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고민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입장의 시각을 헤아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실 미국은 핵이 있는 나라와 전쟁을 해본 적이 없다. 핵은 보유하는 무기지,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시도할 위험성은 낮다고 본다.
즉 북한의 핵은 우리에게도 위협이지만, 미국과 중국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북핵을 어떻게 다루고 운영하느냐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제언이 있다면 내부 통일이다. 우리 내부에서 전략이 흩어져선 안 된다. 난상토론을 거치더라도 국론을 통일하고, 이를 토대로 문재인 정권의 임기내가 아닌 장기적 측면에서 큰 성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을 비롯한 많은 협상 이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양 교수: 이번 협상 테이블을 주도할 국가는 현실적으로 우리보다 미국이나 중국이 되지 않겠는가. 특히 미국이 어떤 자세를 갖추느냐에 따라 우리의 회담 자세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비핵화에 드는 직접적 비용에 대해선 부담할 것이다. 하지만 경협 문제는 우리에게 넘길 가능성이 있다.
결국 우리는 비핵화 협상에 중점을 두기보다 경협을 통해 북한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또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협 문제는 5년내 마무리될 수 없고, 다음 대통령도 이 문제를 떠안아야 한다. 의회 합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지금부터 경협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각 정당측으로부터 수집해가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곽 회장: 우리가 국면 전환에 따른 분위기에 들뜨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번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에게 부드러운 솜 속에 바늘을 감추는 '면리장침(綿裏藏針)'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만큼 확실한 전략을 갖고 우리 정부가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두 분 의견은?
전 소장: 당당하게 대응하고, 힘 있게 붙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일단 북한은 우리와 경제 규모에서 4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리고 북한의 핵 개발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스스로에게 독이 된 상황이다. 북한은 이로 인해 미국의 견제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하기 위해 협상으로 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타개책은 결국 경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는 우리가 지원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중국은 절대 돕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되, 명분을 갖추고 돕는다면 서로 '윈윈 게임(Win-Win Game)'이 될 수 있다.
과거 20년간의 경험은 모두 잊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당당히 협상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양 교수: 협상에 앞서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한다. 명분 때문에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무리하게 추진한 일은 나중에 도리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
충분한 대화를 나누되 우리나라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게 없다면 과감하게 끊을 준비도 해야 한다. 북한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다시 협상을 시도해 올 것이다. 우리가 절대 질질 끌려갈 필요가 없다.
곽 회장: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솝우화 이야기로 토론을 마치고자 한다. 사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은 지난 70년간 양치기 소년과 같은 행태를 보여 왔다. 때문에 세계인들은 물론 우리 국민 상당수도 남북정상회담을 아직 믿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양치기 소년도 결국 우리 민족 아닌가. 우리가 언젠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갖고, 다시 한번 회담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다.
두 분 말씀대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원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협상인 만큼 우리가 당당하고 과감한 자세로 회담에 임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