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360˚] 대한변협, 로스쿨 공멸 방지 '큰그림' 그리다
2018-04-25 03:00
전국 2만4382명 변호사들의 대변자
전관예우 근절 등 1년새 법안 12건 발의
사회적 약자 법률구조 공익사업도 활발
전관예우 근절 등 1년새 법안 12건 발의
사회적 약자 법률구조 공익사업도 활발
'법조 360˚'는 법조인들로 구성된 단체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법조계의 다양한 조직을 소개하는 [아주로앤피]의 고정 코너입니다. 법조 3륜(판사·검사·변호사)의 한 축이자 전국 2만 4000여명 변호사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2만4382명. 지난 17일 기준 대한변협에 등록한 변호사 수다. 여기엔 법무법인 1047곳 소속 변호사 3269명도 포함된다. 1950년 8월 법무부 설립인가를 받아 공식 출범한 변협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변호사 단체'다. 권한도 막강하다. 변협은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의 등록과 개업, 징계 등 행정업무를 총괄한다. 협회장은 대법관과 검찰총장을 추천하는 위원회에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로스쿨 도입 이후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변호사 직역 수호·개척'부터 전관예우 근절, 법관평가 인사 반영까지 법조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 공개는 '빅 픽처' 첫 스텝
변협의 이러한 행보는 '현 추세대로 변호사가 급증하면 공멸'이라는 절실함에서 비롯됐다. 같은 맥락에서 변협은 세무사·변리사·노무사·행정사·공인중개사 등 유사 법조 직역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17년 12월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협회 임원들은 국회 앞에서 '삭발 시위'를 했다. 최근 변호사가 채권추심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신용정보협회와 공문으로 '서면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월엔 채권추심·노무·세무·등기경매 분야 변호사회를 출범, '전문성 강화'와 '권익 보호'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고자 나섰다.
김현 변협 회장은 "로스쿨 도입 이후 유사 직역 종사자들이 더 자기 영역에 공고히 쇠사슬을 치고 있다"며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이 할 일을 만들고, 국민이 더 나은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하는 건 변협이 마땅히 할 일"이라고 말했다.
변협은 국회·정부 부처와도 활발히 교류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와 법무부, 법원행정처에 각종 법령의 제정과 개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다. 특히 최근 1년 사이엔 국회의원실과 협의해 각종 현안·쟁점 법안 12건을 발의했다.
지난해 8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발의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그 대표적 예다. 변협은 지금도 자체적으로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공익활동에 전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직 대법관이 퇴직하는 날부터 2년 간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이후에도 영구히 대법원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전직 대법관뿐 아니라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지방검찰청 검사장 이상 직급에 있었던 검사는 퇴직일로부터 2년간 근무했던 기관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현행 법관 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변협이 역점을 두는 사안이다. 변협은 2015년부터 각 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가 결과를 집계해 법관 인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법관 인사위원회의 법관 인사 심의나 대법원장의 법관 연임·보직· 전보 등 인사 관리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김 회장은 "법관 인사는 법원 내 근무평정 결과로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지만, 막말 판사 등으로 인한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법 서비스 수요자의 평가 결과를 법관인사에 반영해 인사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협은 아울러 △인지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민사소송법 개정안' △변호사의 형사기록 열람·등사권 보장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보장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형사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 기재 없이 공탁할 수 있도록 하는 '공탁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 소방관·국가재난 피해자 법률지원 등 공익활동도
공익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해야 하는데, 변협이 활동 범위와 시행방법 등을 정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외국인노동법률상담과 변호사명예교사 활동을, 부산지방변회는 변호사 명예교사 제도와 중소기업 고문 변호사단을 운영하는 식이다. 1년간 공익활동 규정시간은 지방별로 20~30시간이다.
변협은 2003년부터 법률구조재단을 설립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법률구조 사업을 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 대상자와 고령자, 미성년자,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 북한 이탈 주민, 난민, 미혼모, 성폭력 피해자 등이 대상이다. 현재 전국 1149명의 변호사가 연간 1500건 이상의 소송구조 봉사를 하고 있다. 재단은 변호사와 법무법인, 일반 후원자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엔 공익법률지원단을 모집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및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는 이후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와 '생명존중재난안전법률지원변호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난해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국가적 재난 발생 시 법률 상담과 대정부·국회 협의 지원, 손해배상 및 트라우마 치료 상황 점검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소방관 법률지원단'을 구성했다. 공무 수행 중 발생하는 각종 사고로 민·형사 소송 등 법적 분쟁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소방관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변호사 392명이 참여의 뜻을 밝힌 뒤 같은 해 9월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체결, 전국 소방관을 대상으로 법률지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변협은 이밖에도 우리 사회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서 법률지원 활동을 벌인다. △악성댓글 피해자 법률지원 △마을변호사제도 운영 △외국인을 위한 마을변호사제도 운영 △이주외국인 법률지원센터 운영 △인권침해사건 조사 △북한 인권개선 활동 △일제 피해자 지원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공익활동은 변협의 아주 큰 자랑"이라며 "각 지방회가 매년 5월 소속 회원의 공익활동 현황을 보고한다. 이를 토대로 미이수 회원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