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합격률49.35%급락,사법시험보다 고시낭인 악화..법조인선발 공정성 파괴

2018-04-21 00:00
1회100%→40%대로 급락

지난 해 10월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회원들이 사법시험 폐지에 반대하며 헌재에 변호사시험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9.35%로 급락했다. 고시 낭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결과 변호사시험 낭인만 배출하면서 고시 낭인 문제가 더 악화되고 법조인 선발의 공정성은 철저히 파괴됐다는 비난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법무부가 20일 발표한 2018년도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599명이다. 응시자는 3240명이었다.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49.35%다. 2012년 시행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100%였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후 법조인이 되기 위해선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사법시험 시절엔 4년제 대학교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ㆍ검사가 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사법시험이 폐지된 현재는 수업연한 3년 이상의 로스쿨을 졸업해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 변호사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5년 내에 5회까지 응시가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 법조인이 되기 위해선 최소 3년에서 최대 8년이 걸린다. 준비 기간만 따지면 로스쿨이 사법시험보다 길었으면 길었지 절대로 짧지 않은 것.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계속 떨어지고 5회까지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고도 불합격한 변호사시험 영구 낭인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로스쿨도 준비기간 사법시험 만큼 길어

로스쿨 측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법률시장이 포화상태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불합격자들은 대부분 5회까지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5회까지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고도 불합격하면 8년의 시간과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돈을 쓰고도 변호사시험 영구 낭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런 변호사시험 영구 낭인이 수백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남는 것은 로스쿨 석사 학위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로스쿨 석사 학위는 ‘주홍글씨’에 가깝다. 사법시험의 경우 워낙 경쟁률이 높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어려운 시험이었기 때문에 수년 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하고도 합격하지 못했다 해도 부끄러움은 덜했다.

사법시험 시절에도 분명 고시 낭인이 있었다. 하지만 사법시험 시절엔 대부분의 응시자들은 몇 년 동안 공부하고 합격하지 못해도 일반 기업체나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입사하거나 7ㆍ9급 공무원 등으로 취업이 가능했고 실제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되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심적 고통은 있었지만 그렇게 다른 분야로 사회에 진출했다.

사법시험은 학력 등에 상관 없이 누구나 응시가 가능했다. 물론 응시자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4년제 대학교 법학과 출신들이었다. 군필 남성을 기준으로 제대 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고 하면 22~23세부터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해 응시했다. 몇 년 동안 사법시험 공부를 하고 응시해 합격하지 못해도 나이는 20대말에서 30대 초반으로 신입사원으로 입사가 가능한 나이였다.

◆변호사시험 5회까지 응시해 불합격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려

비록 사법시험엔 합격하지 못했어도 사법시험 경쟁률이 매우 높았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어려운 시험이었기 때문에 사법시험에 불합격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수년 동안 법 공부를 한 유능한 인재’로 인식됐다.

또한 일반 대기업ㆍ공기업 등 공공기관 입사시험, 7ㆍ9급 공무원 시험도 사법시험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사법시험에 불합격한 사람들도 수 년 동안 사법시험 준비를 하면서 공부한 것으로 일반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입사하거나 7ㆍ9급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사법시험 낭인들이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사법시험에 중독이 돼 다른 분야로 취업할 생각은 하지 않고 10년이 넘도록 계속 사법시험 준비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것인데 그 결과 사법시험 낭인보다 더 심각한 변호사시험 영구 낭인들이 급증하는 등 고시 낭인 문제가 더 악화된 것.

변호사시험 영구 낭인들은 ‘얼마나 못 났으면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돈을 내고 로스쿨을 졸업한 후 5년 동안 경쟁률 2대 1 정도의 시험도 합격하지 못했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다.

변호사시험 영구 낭인들은 나이가 대부분 최소 30대 중반 이상으로 이미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기 어려운 나이다. 즉 변호사시험 영구 낭인이 되면 다른 분야로 취업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20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사법시험의 고시 낭인과 기수문화, 전관예우를 해결한다고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것인데 로스쿨은 사법시험의 이런 문제들을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법조인 선발 공정성만 파괴하고 있다”며 “로스쿨 측은 장학금을 준다고 하지만 장학금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 저소득층이고 대부분의 로스쿨생들은 최소 수천만원의 돈을 내야 한다. 사법시험도 준비하는 데 돈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헌 책방에서 책을 사면 훨씬 낮은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고 학원에 안 가고 혼자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