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모녀 여동생 구속영장..언니ㆍ조카 사망 알고도 수개월 방치..극단적 선택 우려

2018-04-20 00:00
언니 차량 판 돈으로 현지서 만난 모로코 남성과 여행

19일 오전 청주청원경찰서에서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충북 증평군 A(41·여)씨의 여동생 B(36)씨가 괴산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SUV 차량 처분 사기 사건과 모녀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이다./사진=연합뉴스

충북 증평군 A씨 모녀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A씨 여동생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증평 모녀 사망 사건과 AㆍB씨에 대한 사기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괴산경찰서는 19일 B씨가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 우려가 있는데다 언니와 조카가 죽은 것을 알고도 그대로 방치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을 고려해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이 날 경찰조사에서 “지난해 11월 27∼28일께 언니에게 전화를 받고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조카가 침대에 숨진 채 누워 있었고, 언니는 넋이 나간 상태였다”며 “언니가 ‘딸에게 약물을 먹이고 죽였다. 2시간 후에 자수할테니 너는 못 본 것으로 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언니의 말을 듣고 나왔다가 다음 달 5일 언니 집을 다시 찾아가 보니 언니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신고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두려워 출국했다”며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언니 차를 팔았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지난 해 12월 5일 언니의 신용카드, 휴대전화, 도장을 훔쳐 지난 해 12월 8일 마카오로 출국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저당 잡힌 언니의 SUV 차량을 매각하는 과정도 자백했다. B씨는 마카오에 머물 때 사망한 언니의 SUV를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B씨는 1월 1일 입국해 1월 2일 서울의 한 구청에서 A씨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았고 A씨의 도장, 차량 등록증 등 매매서류를 갖춰 중고차 매매상 C씨를 만나 A씨의 SUV를 1350만원에 팔았다. 이 SUV는 캐피탈 회사가 1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한 차량이다.

B씨는 1월 2일 A씨 통장에 입금된 매각대금을 인출하고 1월 3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모로코 등에 머물다 4월 18일 오후 8시 45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SUV를 팔고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모로코 등에 머물렀다. 차를 판돈은 비행기 티켓과 호텔비로 사용했다. 현지에서 만난 모로코 남성과 여행하며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에게 사문서위조, 사기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언니가 조카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알고도 신고하지 앉고 방치한 것에 대해선 현행법상 형사처분이 불가능하다. 불고지죄는 형법에 없다.

6일 오후 5시 18분쯤 충북 증평군 모 아파트 4층 A씨의 집 안방에서 A씨와 그 딸(4)이 침대에 누워 사망한 상태로 있는 것을 119구조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와 A씨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 결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모녀가 생활고 등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