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이날 오후 2시10분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선고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법원은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 직권남용·강요 △삼성의 승마지원 등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개 가운데 16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였다. 탄핵안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가결되지 않았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16년 12월9일 탄핵안 국회 가결을 주도했던 '탄핵의 주역들'의 입장에 관심이 모인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탄핵 협상을 주도했던 우상호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만큼 중앙당의 입장과 별개의 입장을 내진 않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범계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재판장은 헌법상 대통령의 지위, 권한과 책무를 특히 강조했다. 단순한 형사범이 아니라는 뜻"이라면서 "형사범으로서 선고형량은 합당할 진 모르겠지만 헌법 상의 국정농단사범으로서는 다소 형량이 약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박 의원은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했다. 박 의원은 당시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증거 자료를 제시, 김 전 실장이 위증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당시 박 의원은 인터넷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주식 갤러리에서 실시간으로 제보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를 큰 혼란을 빠뜨린 책임을 져야한다는 측면에서 법원의 중형선고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판결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들을 얕보는 못된 정치의 악습과 결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부패정치, 국정농단을 추방하는 마지막 기소장이길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진정한 사과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회 의석수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28석, 더불어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으로 야권표를 모두 합쳐도 탄핵 가결 정족수인 200석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새누리당 소속 비박계 의원들의 동참이 없었다면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없었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당시 '비상시국회의'를 운영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쏟아냈고, 비상시국회의는 이후 바른정당 창당으로 이어진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침묵했다. 김무성 의원실은 '입장을 낼 계획이 있느냐'는 문의에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은 탄핵 당시엔 비박계의 수장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주도했다. 김 의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새누리당의 직전 당 대표로서 지금의 국가적 혼란에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여의도 옛 바른정당 당사에서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 참담한 심경이고 우리 헌정사의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치권 전반이,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서 정말 같이 각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매우 침통한 표정을 지은 그는 "저는 한나라당,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정부 탄생에 책임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집권 후에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회한이랄까 그런 게 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탄핵 정국 당시 한겨레 신문의 특별 취재팀을 이끌며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세상에 드러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오늘 모두의 가슴에는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나라 전체로 봐도, 한 인생으로 봐도 가슴 아픈 일이다"라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