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중국 무역전쟁, '쩐의 전쟁'으로 번질까...다음은 환율?
2018-04-05 15:24
미국 정부 관세폭탄에 중국도 '대두' 등 관세부과로 맞불
미국 재무부 이달 '환율보고서' 공개,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압박하나
'환율, 국채' 카드 쥔 중국 지켜보자 "글로벌 금융시장, 미·중 책임 커"
미국 재무부 이달 '환율보고서' 공개,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압박하나
'환율, 국채' 카드 쥔 중국 지켜보자 "글로벌 금융시장, 미·중 책임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한 관세부과 품목을 공개한 지 반나절 만에 중국이 자동차, 대두 등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서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다. 이와 함께 양국의 대결이 환율, 국채 등 금융시장까지 번지며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됐다.
특히 이달에는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으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압박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대미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대미 무역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흑자 비율 3% 초과 △지속적 시장 개입(GDP 대비 2% 초과 달러 순매수) 등이 기준으로, 일단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 개발자금 지원과 공공입찰 등에서 제외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감시를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올 들어 위안화가 달러 대비 예상 외 강세를 보인 것도 미국의 동향을 의식한 인민은행의 준비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4일 기준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은 6.2926위안으로, 올 들어 위안화의 달러당 가치는 3.5% 이상 크게 상승했다. 달러 약세가 주요 배경이기는 하나 1분기 절하폭이 2.5% 정도임을 고려하면 위안화 가치 상승 그래프가 유독 가파르다고 중국 뉴스포털 신랑망(新浪網)은 최근 보도했다.
인민은행의 강세 용인이 환율조작 의혹을 더는 동시에 향후 절하 카드를 꺼내들 기반을 닦기 위한 선행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양국 무역규모가 큰 만큼 위안화 절하는 미국 수출기업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 국채도 중국이 쥐고 있는 강력한 무기로, 중국은 미국의 세계 최대 채권국이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국채 보유를 줄여 미국에 패배를 안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고 저축도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환율 등 카드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어, 중국은 일단 협상으로 해결점을 찾자는 입장이다. 4일 열린 무역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중국의 태도가 확인됐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무부 부부장(차관 격)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율, 국채 카드를 꺼낼 것이냐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질문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안정적인 경제 펀더멘털, 온건한 거시정책과 건전한 메커니즘을 갖춘 상황에서 환율은 시장의 역량을 반영한다고 정의한 바 있다"며 "중·미 양국은 IMF의 주요 회원국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대 참여자·수호자로 책임이 크다"고 답변했다. 일단 환율 등에서 대립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1979년 수교 초기 25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액이 지난해 232배 수준인 5800억 달러에 육박했다"며 "이러한 통계가 중·미 경제의 호혜상생이 양국 국민의 의지이며 모두에게 이로운 길임을 보여준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시장은 무역전쟁에도 올해 위안화가 전반적으로 소폭 절상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당국의 '합리적 수준의 환율 안정 유지' 강조가 있다. 시장은 이에 대해 당국이 피해를 줄 수 있는 인위적인 절하나 절상 혹은 급변동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