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베이커리 ‘대기업’ 진짜는 누구

2018-04-06 10:00

이서우 생활경제부 기자 

외식업계가 우울하다. 정부가 또다시 규제의 ‘회초리’를 들려 해서다.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제과·제빵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등의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매장확장시 연 2% 내에서만 가맹점 신설이 허용되고, 새 매장은 인근 중소제과점과 도보기준 500미터 이내로 출점이 제한됐다.

대기업에 '족쇄'가 된 이 기준은 이제 2019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동반위 ‘권고’ 사항이었지만 그동안 이를 지키지 않는 대기업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 권고사항을 아예 법제화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당과 중소기업벤처부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품목별로는 현재 중기 적합업종 지정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제과제빵 뿐만 아니라 음식점업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업의 경우 CJ푸드빌·신세계푸드 등 대기업은 이미 신규 진입 및 확장 자제 권고로 출점을 제한받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의 본래 취지는 ‘무분별한 대기업 진출을 막고,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시장개입 논란은 빼더라도, 대기업 주도의 프랜차이즈가 운영구조상 사업주체가 대기업인지 소상공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9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도 가맹본부 대표들은 “우리는 대기업이지만, 점주들은 개인사업자고 중소상인"이라며 정부의 규제정책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가맹점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최저임금과 임대료 인상에 따른 부담, 카드수수료 등만 해도 본사보다는 가맹점주들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외식사업(프랜차이즈 포함) 규제에 대한 실효성을 놓고도 의문이 쌓인다. 국내 대기업의 신규 진출을 금지하는 적합업종 제도 도입 이후 오히려 외국계 브랜드는 진입이 활발해졌다. 프랑스 베이커리 ‘콘트란쉐리에’의 점포수는 2013년 대비 현재 30여개 이상으로 증가했고, 대우산업개발이 들여온 외국 브랜드 ‘브리오슈도레’도 확장일로에 있다. 

체벌은 더 큰 체벌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권고로 시작한 규제는 결국 법으로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프랜차이즈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퇴직 후 제2 인생을 설계하고자 한 많은 소상공·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처럼 대기업 규제를 향한 정부의 태도는 '깎아 내려 똑같이' 만들 게 아니라  '부족한 쪽'을 키워 평등하게 만드는 생각부터 가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