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호텔 in]명동 지고 홍대 뜬다…호텔업계, '홍대'에 주목하다
2018-04-03 00:00
최근 국내에 지어지는 호텔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긴다. 좁은 공간에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얼굴을 마주하며 속속 문을 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잠실 롯데호텔월드가 문을 열었고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리츠칼튼 서울, 파크하얏트 서울 등 강남 호텔이 전성기를 이뤘다.
광화문과 명동 일대는 그야말로 특급호텔과 비즈니스 호텔을 아우르는 '호텔의 성지' 격이었다.
광화문에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웨스틴조선호텔, 그리고 롯데호텔 서울, 더플라자 등 특급호텔이 있고 유커로 붐비던 명동 일대에는 이비스 계열 호텔을 비롯한 수많은 비즈니스 호텔과 관광호텔이 수없이 생겨났다.
사업을 하는 이들은 업무를 수행하기 편한 광화문을,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궁궐을 돌아보고 쇼핑을 하기 편한 명동을 선호했다.
하지만 방한 관광시장을 선도하던 유커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하루아침에 급감했다.
이에 호텔업계는 개별관광객의 목적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홍대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클럽과 카페, 이색 맛집, 패션숍 등이 들어서며 미대생과 젊은 작가들이 몰려들던 홍대 일대는 자연스레 젊은이들의 밤 문화를 이끌고 있다.
그렇게 예술의 거리였던 홍대는 호텔 격전지가 됐다.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합정역까지 이른바 '호텔 거리'를 형성했다.
홍대 최초 인피니티 풀을 보유해 큰 인기를 얻었던 아만티 서울을 기점으로 해 국내 호텔업계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추고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L7 홍대는 서재와 게임시설, 루프톱 바와 인피니티풀 등을 갖추고 2030 젊은 층의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 아래 문을 열었고 L7 홍대 바로 맞은편에는 럭셔리 부티크 호텔을 표방하는 라이즈 오토그라프 콜렉션이 개관할 예정이다.
아주그룹 측은 "한때 홍대 중심지였던 서교호텔에 '오토그라프'라는 리미엄 브랜드를 들여 이곳을 다시 한 번 홍대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7 홍대는 주말 객실 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호텔로서는 높은 수준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내국인 투숙객 비율도 서울시내 일반호텔 평균치보다 두 배 높은 20% 정도"라며 "홍대 특성에 맞게 2030 젊은 고객 비중이 높고 당일 투숙객도 평일 7~8건, 주말 10~15건 꾸준히 발생하는 등 오픈 이후 순항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8월에는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애경그룹 역사에 제주항공이 운영하게 될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도 문을 열고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