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막힌 한국경제] 미세먼지에 황사까지…내수시장은 ‘시계제로’
2018-03-29 15:29
뿌연 대기질에 바깥 행동 위축…OECD 국가 중 대기환경 ‘최악’ 불명예
지역축제 관람객 줄아들까 노심초사…봄 성수기 특수는 옛 말
지역축제 관람객 줄아들까 노심초사…봄 성수기 특수는 옛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PM 2.5, 지름 2.5㎛ 이하) 노출도 순위에서 회원국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7차례 조사에서 12번이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 도시별 초미세먼지 노출도 순위에는 석탄발전소가 많은 충남권 도시가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특히 2015년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32.0㎍/㎥로,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나빴다. 이는 같은해 OECD 국가 평균 13.7㎍/㎥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OECD가 회원국 초미세먼지 노출도를 조사한 이래 가장 나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2015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 비상저감조치 발효가 6차례 있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28일부터 중국발 황사까지 겹치며 2분기 내수시장은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날씨가 포근해지며 바깥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에, 미세먼지 공습은 봄 행사를 준비 중인 지자체에 치명타다.
지자체 관계자는 “3~4월 꽃 축제를 비롯해 많은 행사를 준비 중인데,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관람객 수가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지난 주말에는 미세먼지가 걷혀 그나마 행사장이 북적였는데, 그래도 불안한 건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지자체뿐만이 아니다. 놀이공원이나 경기장 등 위락시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유원지와 국립공원 등에서도 평소 주말보다 입장객이 감소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미세먼지 위험수준이 발효된 서울‧경기‧충청도‧전라도는 영상권의 포근한 날씨임에도, 국립공원 등을 찾은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충북 속리산 국립공원은 1700여명으로 집계됐는데, 기온이 영상권에 머문 주말치고 탐방객 수가 적은 편이라는 게 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월악산국립공원도 평소 주말보다 적은 2000여명만이 등산길에 올랐고, 옛 대통령 별장인 청주시 청남대에도 500여명이 입장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미세먼지로 인해 바깥 행동이 줄면서 소비위축으로 직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5월에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생산‧소비지표가 악화되는 등 내수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소매판매는 0.9% 감소했다. 백화점 소비는 4.6%나 뚝 떨어졌다. 야외활동이 줄며 성수기를 활용하지 못한 유통가의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미세먼지가 소비를 악화시킨다는 것은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7월 ‘미세먼지가 국내 소매판매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하면 대형 소매점 판매가 2%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유이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세먼지 증가가 건강악화 등 보건효과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며 “미세먼지를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집단적이고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봄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현안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단기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실효성 강화 △한·중 미세먼지 협력 △어린이 등 민감계층 보호대책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세먼지 수준에 따라 발령되던 공공부문 비상저감조치가 수도권 민간사업장과 전국 공공기관으로 확대된다. 석탄발전소 5기 가동중지 등 감축운영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오는 9월에는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에 따라 기존 미세먼지 30% 감축 외에 5~10% 추가 감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