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5월 게임질병코드 등재 추진...전문가들 "과학적·객관적 근거 부족"

2018-03-28 14:35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정부·국회·업계·의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신희강 기자@kpen ]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으로 이어져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강남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등 정부·국회·업계·의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WHO가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 제11개정판(ICD-11)'에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 예고한 것이 비과학적이며 게임 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ICD는 WHO가 발간하는, 인간의 모든 질병과 사망에 대한 표준 분류법을 가리킨다. WHO가 게임장애를 ICD에 포함시키면 이를 기초로 만드는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도 게임 장애가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덕현 교수는 "학술적으로 중독에 대한 기본 개념은 '갈망'과 '내성', '금단증상' 등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WHO는 일상생활 방해를 중독처럼 치부하고 있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통일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그간 게임 중독을 증명하려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전통적인 중독 증상과는 맞지 않았다는 것. WHO의 ICD-11 진단 기준 역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의학적으로 공존질환과 구분하고, 종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신철 회장은 "게임은 국내 매출액 11조원, 해외 수출액 5조원을 상회하는 우리나라 대표 문화콘텐츠 산업"이라며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코드화하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물론, 해외 수출과 우수한 인재 영입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강 협회장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이 객관적인 연구 데이터 축적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차원에서는 해외 협회·단체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게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라면서 "내달 국회에서 관련 포럼을 열고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융합연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게임질병코드 등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원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때문에 정부와 의학계, 업계가 힘을 합쳐 논리적 이유와 산업적 비전을 제시해 위상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석 본부장도 "의학적,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문제를 질병화하는 것은 문제"라며 "충분한 토론이 선행돼야 하며, 교육부에서도 청소년 문제인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토론회가 명확한 해결책 제시 없이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게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단체나 전문가 없이, 업계를 지지하는 단체와 전문가들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