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에 업종별 득실은
2018-03-27 22:1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주식시장에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세 폭탄을 피한 철강업계는 반색한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안전기준을 완화한 자동차업계는 울상이다.
정부가 이른바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한국의 수입 신약 가격 책정 제도) 수용을 검토하면서 국내 제약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한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서다.
그래도 한·미 FTA 개정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영향이 산업 전반에 퍼지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과거 FTA 협상 타결 때에도 충격은 크지 않았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FTA의 주요 타결 내용은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 면제 합의'와 '철강 수출 70% 쿼터 확보',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점 20년 추가 연기(2021→2041년)', '미국산 자동차 적용 국내 안전기준 완화(제작사별 2만5000대→5만대)', '투자자 국가제소권(ISD) 남용 방지 합의' 등이다.
'관세 폭탄'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철강주는 시장에서 경계심리를 거둬내고 강세로 전환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다만 철강업계가 한미 FTA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지는 미지수다. 시장 다변화를 꾀한 포스코는 미국 수출 비중이 1% 미만이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철강 가격이 하락할 경우 관세 면제 수혜를 상쇄할 수도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이 얼마나 해소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중요한 것은 실적 모멘템"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도 가장 나쁜 시나리오 면해
자동차주도 마찬가지다. 최근 생산·수출·내수 감소, 한국지엠(GM) 구조조정 등으로 악전고투 중인 자동차업계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픽업트럭의 현재 매출이 없는 데다,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도 낮다"며 "시장 잠식 우려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 측이 요구한 역내 부품채택률 상향, 미국산 부품 50% 채용 의무 등이 이번 합의에서 빠지면서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자동차주의 저가 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주 조정폭이 컸던 만큼 가격적인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유지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FTA 이슈가 자동차 업종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