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중국 인민은행장 첫 공개 연설 "리스크 잡고 개방은 계속"

2018-03-26 11:34
이강 신임 행장 25일 "리스크 해소, 개방 지속,안정 유지에 주력"
류쿤 신임 재정부장 "세제개혁 연구 계속하겠다"
외신, 궈수칭 은보감회 주석이 인민銀 당서기로...사실상 1인자

이강 신임 인민은행 행장이 25일 '2018 중국 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저우샤오촨(周小川)의 뒤를 이은 이강(易綱) 신임 중국 인민은행 행장(총재)이 첫 공식 행사에서 금융시장이 직면한 리스크와 이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향후 정책 향방을 소개했다.

이 신임 행장은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2018 국가발전 고위층 포럼'에 참석해 현재 당국이 해야할 금융 업무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온건·중립 통화정책의 적절한 운용 △금융 개혁·개방 확대 △ 중대 리스크 완화·방지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 유지라고 밝혔다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 경제·금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행장은 금융 리스크와 관련해 "중국은 이미 충분한 준비를 했다"며 일각의 우려를 단호하게 일축했다. 또, "아직 거시경제의 높은 레버리지, 일부 분야·지역의 심각한 시장 혼란, 무분별하게 성장한 소수 금융사의 잠재적 리스크 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은 키울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중국이 이미 리스크 방지 및 통제를 위한 상당한 준비를 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대응에 계속 주력할 뜻도 밝혔다. 이 행장은 "앞으로도 중대 리스크 예방과 해소를 위한 법에 따른 공성전을 지속하겠다"면서 구체적으로 △레버리지 안정 △금융 및 기타 분야 개혁 심화 △금융 관리·감독 강화 및 개선 △위법행위 근절을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주목하는 인민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서는 "온건·중립의 통화정책을 유지해 공급 측 개혁과 고도의 질적성장에 적합한 통화·금융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통화 총량에 있어서 적절한 긴축과 완화로 통화공급의 '수문'을 제대로 관리하고 은행 유동성의 합리적 안정, 광의통화(M2)와 신용대출, 사회융자총액의 합리적 증가세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개혁·개방도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행장은 "중국 금융업 개방은 계속될 것"이라며 "나름의 원칙을 바탕으로 진입문턱 완화, 위안화 국제화, 양방형 개방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막을 연 미·중간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관련 리스크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적성장에도 자신감을 보이며 그 근거로 △시장 기대를 웃도는 거시지표 △공급 측 개혁 성과 가시화 △중국 인민의 삶의 질 개선 등을 꼽았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고 취업 시장도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공급 측 개혁에 따라 공업 생산설비 이용률은 77%으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신흥산업의 빠른 성장이 경제 전반의 '질'과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 주민 가처분소득의 실질증가율도 7.3%로 성장률을 웃돌았다. 

이 외에 부동산 금융 규제책 개선 의사를 밝히고 올해 물가도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궈수칭 중국 은보감회 주석[사진=바이두]


이처럼 자신감있는 언사와 다르게 인민은행 행장의 권한과 입지는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의 절친으로 알려진 류허(劉鶴) 부총리, 궈수칭(郭樹淸) 은·보감회(기존의 은행감독관리위원회, 보험감독관리위원회 통합) 주석 등 거물급 인사가 인민은행 차기 수장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내부 승진으로 결론난 것이 그 근거로 언급되고 있다. 

25일 궈수칭 은보감회 주석이 인민은행 당서기에 임명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이러한 판단에 힘을 보탰다. 행장과 당 서기가 다른 인물인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전임자인 저우샤오촨은 지난 2002년부터 행장과 서기를 겸임해왔다. 이번 인사는 인민은행의 1인자가 궈 주석이라는 의미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또, 은감회, 보감회에 이어 인민은행까지 맡아 증권을 제외한 중국 금융업 전반을 궈 주석이 총괄한다는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무원발전센터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신(新)시대 중국'을 주제로 고도의 질적성장, 세제 개혁, 공급 측 개혁과 금융정책, 전면적 개방의 신국면 등을 논의했으며 이 행장 외에 류쿤(劉昆) 신임 재정부장이 기조 연설에 나섰다.

류 부장은 중앙·지방정부의 재정관계의 균형을 잡고 과학적으로 교육, 의료·보건, 교통·운수, 환경보호 등에서의 재정권한과 지출 책임을 구분해 운용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각국의 동향을 연구해 중국의 세제개혁에 힘을 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