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중하라"는 장제원-이종혁…홍준표 전·현 측근 페이스북 '설전'
2018-03-21 17:59
이종혁, 부산시장 공천 탈락에 반발…"오만하고 교만한 공천하는 정당"
장제원 "해운대 을 보궐선거 준다는데 뛰쳐나가…배은망덕한 일"
장제원 "해운대 을 보궐선거 준다는데 뛰쳐나가…배은망덕한 일"
발단은 부산시장 공천이었다. 홍준표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서병수 현 부산시장을 공천하기로 하자 이 전 최고위원이 반발했다. 그는 지난 19일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하며 "시민을 우습게 알고 선거 때면 오만하고 교만한 공천을 하는 정당에 이제는 정치 아웃을 선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무소속으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장 수석대변인은 이 전 최고위원을 "부산의 조원진"이라고 비판하면서 뒷얘기를 공개했다. 홍준표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에게 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거부했다고 밝힌 것이다. 장 수석대변인은 "(홍 대표가) 부산 해운대을 가서 의원 한 번 해보라고 설득하셨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난 60이 넘어갖고 내 인생 내가 하겠다'고 했다"며 "그래갖고 당 공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나가는 게 좀 그렇죠"라고 비꼬았다.
장 수석대변인은 21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구 경선에서 마저 두 번이나 연속으로 낙마했던 이종혁 전 의원이 자신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까지 배려했던 당을 헐뜯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당 지도부에 대해 건수만 생기면 헐뜯고 조롱하는 당 내외 인사들은 지선 끝날 때까지라도 자중하고, 도움주기 싫으면 그냥 지켜보기 바란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맞받았다. 그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제원 대변인! 당이 나에게 해운대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준다는 데도 거절하고 뛰쳐나가 당을 배신했다고 논평 했다는데, 정치 똑바로 배워라. 내가 국회의원 도전하려면 내 지역구인 부산진 을에서 하지 해운대로 가나? 그걸 국민들은 낙하산 공천이라 한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철새 정치인이 아니다. 니 잣대로 나를 보지마라. 자중해라. 21대 총선 얼마 안남았다. 형이 주는 조언 잊지마라"고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후에도 분이 안풀렸던지 4시간여 지나 재차 장 수석대변인을 비판했다. "장제원! 나의 두 번 낙마는 홍준표를 때만 되면 돕다 친박 실세들로부터 친홍 낙인 찍히고, 진박 감별에 걸리고 그게 주 이유였다. 나 최고위원 공짜떡 받은 거 아니다. 너 당 깨고 나가 대선 때 홍준표 한국당 후보 총질해댈 때 나는 죽기 살기로 홍준표 후보 도왔다. 너 바른정당에서 뒷짐 지고 있을 때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대표 만드려고 전국을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그런 나를 배은망덕하다고? 그런 말은 당 어려울 때 배신하고 뛰쳐나간 너같은 사람한테 쓰는 말이다. 정치는 변화무쌍한 거다. 도를 지키며 정치해라"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철새 전력'을 지적한 것이다.
두 사람은 홍 대표의 전·현 측근이다. 이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홍 대표가 부각되지 않았을 당시부터 기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홍 대표 홍보에 앞장섰던 인사다. 홍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 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부산시장 공천으로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홍 대표가 19일 "내 측근이라고 자처하면서 행세하던 사람도 공천에 떨어지니 내 비방만 하고 다니는 것이 현 정치 세태"라며 "측근도 깜이 돼야 선거에 내보낸다. 깜도 안되는 사람을 무리하게 공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천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복당할 당시까지만 해도 홍 대표에게 비판적이었다. 그 해 7월엔 류석춘 전 혁신위원장 등을 놓고 홍 대표와 '극우 공방'을 벌이기도 했고, 자유한국당 복당에 대해 "제 정치 인생 뿐만 아니라 제 삶 전체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수석대변인의 변신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11월 수석대변인에 임명된 후 앞장서서 '홍준표 감싸기'에 매진하고 있다. 뒤바뀐 두 사람의 처지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