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강남권에 오픈한 3곳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10만 인파가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청약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수요자들의 믿음은 아직도 굳건했다. 또한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로또'로 인식될 만한 분양사업장이 아직도 널려 있으니 놀라울 지경이다.

그중 올해 상반기 최대어로 주목받고 있는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에는 주말 사흘간 4만3000명이 다녀갔다. 업계에선 최장 6시간에 달하는 대기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까지 감안하면 5만명은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논현YMCA 재개발 '논현 아이파크'에도 2만명이 다녀갔고, 과천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 위버필드'에도 2만6000명이 몰려들었다. 이 밖에도 수도권 택지지구에 선보인 '고양 지축 중흥S-클래스'와 '계양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모델하우스에도 각각 3만5000명과 2만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이달 분양시장은 상반기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선보이는 일반분양과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물량의 청약성적은 정부 규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부동산 매수심리가 아직 살아 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선보인 분양 사업장에서 청약과열 사태가 빚어진다면 이른바 '로또'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내 강남3구의 재건축에서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은 2999가구로, 작년 446가구와 2016년 1076가구에 비해 훨씬 많다. 서초 우성1차 재건축과 반포동의 삼호가든3차 등은 이번 '디에이치자이 개포'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 사업장이다.

이처럼 '로또'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낮은 분양가 때문이다. 분양 당시 가격이 주변 아파트보다 저렴했더라도 향후에는 주변시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낮은 분양가의 아파트는 정부 방침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사실상 분양가를 책정하는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 분양가가 계속 올라가서는 안 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끝없이 분양가가 올라가며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분양가를 규제해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규제할 수 없다. 분양가 억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이유다. 나중에 지어진 새 아파트일수록 품질이나 주거여건이 더 좋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보다 더 비싸게 거래될 수밖에 없다. 

분양가를 규제하더라도 입주 이후 매매가는 주변 집값을 쫓아가서 궁극적인 효과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정부의 사실상 분양가 규제 탓에 강남권의 모든 청약단지가 '로또'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남에 전세를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현금을 최소 6억원 이상 갖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 돈이면 청약시장에 들어가 수억원대의 투자 수익을 노리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분양가 규제의 취지는 아파트 시장과 서민주거 안정이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대박의 기회를 제공하고 투기세력을 양산하며 투기꾼을 불러모으는 꼴이 되면 안 된다. 순기능을 바라본 부동산 정책이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끊임없는 부작용을 낳고 있지 않은지 지금이라도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