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있던 '미투(#Me Too)'…"음모에 대한 경계 늦추지 말아야"
2018-03-19 18:22
이숙인 교수 "조선 말기 김은애 사건, 최근 미투 운동과 닮았다"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조선말기에 이미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는 최근 '조선 여인의 미투'라는 칼럼을 통해, 조선시대 지속적인 성추문에 시달렸던 한 여인이 응징으로 결백을 주장했고 이는 오늘날의 미투 운동과 닮아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정조 13년 전라도 강진현 탑동 마을에서 18세의 여인 김은애는 자신과 간통했다고 성추문을 일으킨 가해자 최정련과 자신을 음해한 안(安)여인을 응징하려 했고, 결국 안여인은 살해됐다.
이 사건은 결국 강진 현감, 전라도 관찰사의 손을 거쳐 중앙 형조(刑曹)까지 올라갔다. 이를 접한 이들은 모두 김은애의 상황에 대해 이해는 하면서도 국법 상 살인의 죄는 무겁게 다스려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조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뼛속에 사무치는 억울함은 여자로서 음란하다는 무고를 당하는 일"이라며 김은애가 살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정황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원수는 복수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온 고을이 알도록 했다"며 김은애를 특별히 석방했다.
이숙인 교수는 칼럼 총평을 통해 "우리 사회는 지금 미투 운동에 힘입어 인권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고 있다"며 "미투가 성적 피해자에게 내재한 원한과 분노를 해소하는 치유의 과정이라면, 김은애의 복수도 방법이 다를 뿐 미투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미투 연대가 불가능했던 시대에 김은애는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미투 운동은 성공적으로 끌고 나갈 동력이 필요하다. 김은애를 향한 음모론이 고을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듯, 우리의 미투도 이런 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면 안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