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 주석-왕 부주석 선출...관영언론 찬양론, 명보 "시황제 체제"

2018-03-18 15:10
중국 CCTV "시진핑 선서,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억될 신성한 순간"
중국 인민일보 "모두의 바람이자 마음, 시 주석은 국가의 조타수"
홍콩 명보, "시 주석-왕치산 부주석 구도 굳혀...시황제 체제의 등장"

[출처=CCTV, 신경보]


중국 양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연임을 결정하고 왕치산 전 중앙기율위 서기를 부주석으로 선출한 것 등에 대해 중국 관영언론이 대대적인 찬양론을 펼쳤다. 18일 대다수 관영언론의 홈페이지는 오른손을 들고 근엄한 표정으로 선서를 하는 시 주석과 인민대회당의 모습이 차지했다. 

중국중앙(CC)TV는 17일 오전(현지시간) 웅장한 인민대회당에서 만장일치로 시 주석을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선출했고 시 주석이 헌법 선서대에 올라 "나는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을 다하고 헌법권위 수호, 법에서 규정한 직책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조국과 인민에 충성하며 청렴하게 대중을 위해 헌신하고 인민의 관리·감독을 받겠다. 부강한 민주문명과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위해 분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헌법 선서 영상까지 공개하고 논평을 통해 "전파를 타고 시 주석의 거대한 울림의 메아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이는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억될 엄숙하고 신성한 순간이었다"고 극찬했다.

CCTV는 또 "시 주석이 이미 수차례 그 어떤 조직과 개인이 헌법을 넘어서는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헌법의 권위를 수호하는 것은 전면적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의 핵심이며 현대 민주정치의 요구"라고도 했다.

이는 일각의 시 주석 주도의 헌법 개정과 독재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당국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주석, 부주석 3연임 이상 금지 조항이 삭제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와 함께 '시 황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졌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8일 '국가의 조타수, 인민의 인도자'라는 제하의 사평으로 시진핑 정권의 지난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향후 5년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을 대대적으로 표출했다.

인민일보는 "봄바람이 불어 초록의 푸름이 시작되는 아름다운 계절에 전인대 회의에서 국가기관을 이끌 리더가 선출됐다"며 "시 주석이 국가 주석과 군사위 주석에 선출된 것은 당과 인민, 국가의 의지가 모인 결과로 전 당과 군대, 인민 모두의 바람이자 마음의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 주석은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개척자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리더, 국가의 조타수이자 인민의 영도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시진핑 서기를 당 중앙의 핵심으로 삼고 이를 따라 노력하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위한 역사의 찬란한 페이지를 쓸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인민일보 사설 내용을 신경보(新京報) 등 다수 언론 그대로 실어 동조의 뜻을 보탰다. 신화통신 인터넷판인 신화망(新華網) 18일 당시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파도와 같은 박수소리가 퍼지는 역사의 현장을 목도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온라인판인 인민망(人民網)은 18일 국제사회도 중국의 변화에 큰 관심과 기대감을 보였다며 '중국 세계 평화·번영에 새로운 기회 주길 기대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전인대가 17일 국가주석, 군사위 주석에 시진핑을 2970표 만장일치로 선출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현장에 있던 전인대 대표들이 "오랜 시간 뜨거운 박수"로 시 주석의 당선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모든 대표가 일어나 박수를 쳤고 헌법 선서를 통해 시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외에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 국제문제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시 주석의 당선은 중국 인민의 뜻으로 새로운 리더의 공개적인 헌법선서는 헌법을 존중하고 인민을 존중하는 정신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현대화된 법치국가로의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화권 언론은 왕치산 부주석 등장을 주목하며 '시황제 체제'에 대한 경계감을 보였다. 명보 등 홍콩 언론은 18일 시진핑-왕치산 권력 진영 구축을 집중 조명했다. 왕 부주석이 시 주석을 도와 외교와 경제 난제를 풀어가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딩쉐량(丁學良) 홍콩과기대학 사회학 교수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왕치산이 '7상8하'(67세 이하면 유임하고 68세 이상이면 물러난다)'는 은퇴규정을 넘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시 주석의 애정을 바탕으로 결국 부주석으로 돌아왔다"며 "왕치산이 공산당 중앙영도소조 조장 등의 형태로 중요한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외교관계 재구성 과정에서의 난제인 미·중무역 갈등 등 중대 사안이 왕 부주석의 손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레버리지 축소가 강조되는 금융은 물론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다진 반부패 분야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왕 부주석이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부주석에 선출된 것이 시 주석의 막강한 권력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보에 따르면 이번에 왕치산 부주석 선출 과정에서 반대표는 단 1표로 2013년 3월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 선출 당시 총 2839표 중에서 80표 반대, 337표 기권, 7표 무효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베이징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과 왕치산의 정치체제가 이미 구축됐다. 새로운 헌법에 따르면 이들에 임기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