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자의 날 D-1, 韓제품 트집…사드 뒤끝 없을까

2018-03-14 16:21
연초 자료 재인용, 전기밥솥 등 품질 또 지적
'소비자의 날' 겨냥 행보 우려, 업계 불안 고조
사드갈등 봉합 국면, "예년과 다를 듯" 전망도

매년 3월 15일 소비자의 날에 중국 CCTV가 방영하는 기업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의 한 장면.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에서 외국계 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포털사이트가 전기밥솥 등 한국산 제품의 품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봉합으로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추세지만 한국 기업들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쿠첸과 쿠쿠 등 한국산 전기밥솥 제품이 관련 당국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중국중앙방송(CCTV)과 북경청년보 등은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검사 결과를 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4~10월 수입된 전기밥솥 126회에 걸친 표본 추출 검사를 진행한 결과 17건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쿠첸 3건, 쿠쿠 2건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일본 파나소닉과 타이거 전기밥솥도 각각 7건과 3건의 품질 하자가 발견됐다. 주로 감전 위험을 막는 부품에 관한 것이었고, 일부 제품은 부실한 설명서 때문에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이 새로운 게 아니라 올해 초 질검총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발표된 내용이고 당시 다수 언론이 보도했다는 점이다.

2~3개월이 지나 같은 사안을 끄집어낸 것은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겨냥한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CCTV는 해당 보도에서 "중국산 전기밥솥 가격이 200~600위안 수준인 반면 한국과 일본 제품은 최대 3만 위안에 달하는 등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꼬집으며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가격 대비 성능을 감안하면 중국산 제품 구매를 권한다"고 강조했다.

질검총국 검사 때 불합격 제품 항목에 포함된 삼성전자·블루밍의 비데 등 한국산 가전과 소비재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매년 소비자의 날이 되면 관영 CCTV 등을 통해 외국계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문제점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 금호타이어가 곤욕을 치른 바 있고 최근 2년 동안은 사드 갈등 여파로 표적이 된 롯데 등 다수의 한국 기업이 불매운동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소비자의 날 직후에는 한국 단체관광 상품의 판매가 중단되며 한국 항공사와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말부터 한·중 양국이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에 나서면서 훈풍이 불고 있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소비자의 날에 한국 기업이 거론될 지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특이 동향은 없다"며 "지난해보다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