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분유·즉석식품까지 ‘제약사의 외도’

2018-03-16 08:34
내수시장, 의약품만으론 한계에 사업 다각화…부동산·보험도 눈독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제약사들이 ‘약’만 팔던 시대가 저문다. 약과 연관돼 있는 ‘건강’을 중심으로 음료·화장품에 이어 분유와 즉석조리 식품까지 생활 전반 곳곳에 제약사가 발을 들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대웅제약·JW중외제약·일동제약·휴온스 등 상당수 제약사들이 의약품 판매사업과 함께 식품 분야와 화장품 분야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에 분주하다. 

화장품 분야에는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합류해 업계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동국제약·휴온스·동구바이오제약·동화약품·대웅제약·일동제약·종근당 등 다수 제약사가 뛰어들었다.

제약사들은 특히 건강과 관련된 기능성 화장품을 내세우면서 차별화를 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동국제약은 2015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내놓은 이후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인 ‘마데카 크림’은 피부에 유용한 성분 외에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연고에 쓰이는 성분까지 적용한 화장품으로, 최근에도 온라인에선 숱한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종근당도 미백·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 ‘비타브리드 듀얼세럼’이 홈쇼핑 매진을 기록하는 등 사업다각화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 비타브리드는 바이오융합기술로 개발돼 피부 겉과 속에서 이중 작용하도록 개발됐다. 동화약품은 ‘활명 스킨 엘릭서’를 앞세워 미국시장까지 뚫었다.

한독과 녹십자는 ‘특수 분유’로 신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한독은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100% 아미노산 분유 ‘네오케이트’와 성장강화 분유 ‘인파트리니’를, 녹십자는 프랑스 업체로부터 프리미엄 맞춤형 특수 분유 ‘노발락’을 수입해 판매 중이다.

분유 시장은 저출산 영향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과거 주로 병원에서만 사용됐던 특수 분유는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부모들의 소비 경향에 따라 점차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두 제약사에게 쏠쏠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일본 환자식을 ‘JW안심푸드’라는 브랜드로 도입하면서 식품사업에 진입했다. 만성신부전 환자 전용 식품으로 시작된 이 브랜드로 최근 신개념 건강 즉석조리식품 8종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제품들은 정확한 함량의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거나, 저염·저단백 식생활이 필요한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을 중시하면서도 바쁜 직장인에게 유용하다.

제약사들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발을 담그는 것은 내수시장에서 의약품만으론 사업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과거만 해도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은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80%까지 인정됐으나, 가격규제 정책으로 지금은 절반 가격까지만 인정된다. 게다가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제네릭의약품과 동일해지도록 제도가 정비되면서 제네릭의약품 매출 압박은 더해졌다.

내수시장 극복을 위해 신약개발, 해외시장 진출 등이 요구되지만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의약품 사업 외에도 ‘캐시카우’(수익창출원) 확보를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은 자체 사업다각화 외에도 관계사·계열사를 통해 외식, 보험, 부동산 등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네릭 등 국내 의약품 사업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돌파구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시드 머니’(Seed Money, 종잣돈)가 필요한 상황에서 사업다각화는 업계 생존에 필수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