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주총 앞두고 오너家 전진 배치

2018-03-05 05:05
크라운해태, 윤석빈 사내이사로…삼양사·푸르밀도 오너가 전환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제공]



3월 슈퍼주총 시즌을 앞두고 중견 식품기업들이 오너를 앞세운 ‘책임경영’ 확대에 나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라운제과는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윤석빈 대표는 창업주 고(故) 윤태현 회장 손자이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다. 지난해 3월 크라운제과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윤 대표는 투자사업부문인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로 이동했다. 크라운제과는 전문경영인인 장완수 대표가 맡아왔다.

주총에서 윤 대표가 크라운제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1년 만에 복귀하는 셈이다. 앞으로 지주사와 핵심 자회사 경영을 모두 챙기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윤 대표 사내이사 선임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해태제과식품 등이 증권시장에 재입성하기까지 10년 이상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오너 책임경영론에도 무게가 실린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윤 대표가 크라운제과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기보다 책임경영을 위한 사내이사 등재로 봐 달라”고 말했다.

삼양사는 이달 21일 정기 주총에서 김원 삼양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량 삼양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김량 부회장은 고 김상홍 명예회장 아들이다. 김원 부회장은 김상하 삼양그룹 그룹회장의 아들이다. 김원, 김량 부회장은 사촌 관계다. 

삼양사는 최근 실적이 악화됐다.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는 이에 따른 책임경영이란 해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17억8609만원으로 전년대비 37.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51.2% 줄어든 493억1402만원을 기록했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지난달 말 신동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선임하면서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2007년 롯데우유 분사 이후 처음이다. 신동환 대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이자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차남이다. 신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앞으로 유가공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대로 전문 경영인을 내세워 책임경영을 꾀한 기업도 있다.

풀무원을 33년간 이끈 남승우 대표는 지난 1월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승계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1호 사원으로 입사한 이효율 대표가 후임 총괄 CEO 자리에 올랐다. 남 대표는 “글로벌기업 CEO들은 대부분 65세에 은퇴한다.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란 말을 남겼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경영 참여는 전문경영인보다 애사심을 갖고 이끈다는 장점 있지만, 회사를 개인 또는 가족 소유물로 여겨 오너 리스크 발생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