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결정한 이유는

2018-03-02 16:04

[자료= 한국은행 제공]

청와대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임을 결정한 것은 이 총재만한 전문가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년 간 거시정책을 무난하게 이끌어 온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이주열 총재는 통화신용정책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면서 "재임기간 동안 한·중, 한·캐나다, 한·스위스 통화스와프 체결 등 국제금융 분야의 감각과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연임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 가능하다.

김 대변인은 "이 총재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나라들에서는 중앙은행 총재가 오래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펼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관해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지니고 있다"면서 "조직 내부의 신망도 높아 한은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뼛속까지 한은 사람이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이 총재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77년 한은에 입행, 학술연수로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받았다. 뉴욕사무소 근무와 해외조사실장 맡으며 국제감각 키웠다.

이후 양대축인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을 각각 2년씩 역임했고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로 지냈다. 국장과 부총재보 시절에는 보고 부서장과 집행간부 자격으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6년 동안 참석했고, 부총재와 총재 때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의결에 4년 동안 참여했다.

부총재 퇴임 후 2년 간의 공백을 제외하고 한은에서 39년을 근무했다. 연임 임기를 채우면 이성태 전 총재가 갖고 있던 한은 최장수 근무 기록(42년)이 경신된다.
 
이 총재는 평소 원칙에 충실하지만 합리적이라는 게 주변 평가다. 강단도 있다. 2016년 4월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명분으로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라고 압박했을 때 내부 대책회의에서 이 총재는 "(총재의) 직을 걸고 막겠다"며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도 했다. 이 총재는 끝내 출자를 거부했다. 대신 대출 프로그램인 '자본확충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사소통에 있어선 신중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은 총재의 입은 곧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총재는 평소 절제된 표현과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다 할 정치색도 없다. 이 총재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총재로 발탁됐지만 평소 정치적인 면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도 연임을 결정하는 데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히려 전보다 현 정부 경제팀과 호흡이 더 잘 맞는다는 시각도 있다. 이 총재는 김동연 부총리 취임 후 지난 8개월 동안 5차례 만나 경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정부와의 팀워크를 통해 중국·스위스·캐나다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성공했다.

연임이지만 청문회는 진행된다. 4년 전 인사청문회에서 신변 관련해서는 거의 논란이 없었다. 이번 청문회 역시 큰 변수가 없다면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