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봉합 성과물 '한중 산업단지' 韓기업 첫 진출

2018-03-02 03:00
후이저우 산업단지 내 합작공장 설립
착공식에 지방정부 수뇌부도 총출동
경제교류 훈풍, 점진적인 정상화 전망

지난해 12월 중국 국무원이 최종 승인한 광둥성 후이저우의 한·중 산업단지 부지 전경. [사진=광둥성 후이저우시 제공 ]


한·중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봉합의 상징으로 중국 내 3곳에 조성키로 한 산업협력단지에 한국 기업 진출이 시작됐다.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 정상화가 더디지만 점진적으로 이뤄져 나가는 모습이다.

1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조성 중인 한·중 산업단지(韓中 産業園)에 한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사가 합작 형태로 진출한다.

중국 현지 기업과 20억 위안(약 34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첨단 반도체 장비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칩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사업이다. 지난주 공사가 시작됐으며 올해 하반기 양산 돌입이 목표다.

이번 합작 투자는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국무원이 후이저우 내 산업단지 조성을 최종 승인한 뒤 한·중 기업이 처음으로 맺은 계약이다.

후이저우 외에도 산둥성 옌타이와 장쑤성 옌청이 산업단지 조성을 승인받았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 유치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중은 2015년 6월 산업단지 공동 조성을 공식화하고 같은 해 10월 말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방한 기간 중 중국 상무부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양국 갈등이 격화하면서 답보를 거듭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관계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고, 이튿날 중국 국무원은 갈등 봉합의 성과로 3곳의 산업단지 조성을 비준했다.

해당 지역의 지방정부 역시 경제협력 활성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A사의 합작 공장 착공식에 천이웨이(陳奕威) 후이저우 당서기와 마이자오멍(麥敎猛) 시장 등 수뇌부가 총출동하기도 했다.

다만 사드 해빙 무드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중 산업단지 진출을 검토 중인 한국 기업에 적용할 세제혜택·인프라 제공 범위 등과 관련해 중국 중앙정부의 지침이 확정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아직 앙금이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국무원에서 성(省)정부, 시(市)정부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할 때 구체적 지침이 하달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지방정부도, 기업도 중앙정부의 의지를 탐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삼성·LG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차별, 롯데월드 공사 중단 사태 등의 사드 보복 조치가 조만간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협력 관계 정상화는 상당히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는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마련된 관계 복원 기회를 잡아 중국 고위급은 물론 지방정부,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경제교류 회복이 가시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