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북극까지 넘보는 중국, 커지는 일대일로 '경계' 목소리

2018-02-28 09:02
최근 '북극백서' 공개, "중국은 근북극권 국가, 빙상실크로드 만들자"
해상운송 90% 의존하는 중국, '북극항로' 개발에 눈독
일대일로 구상과 연계, 영향력 강화 노린다는 분석...경계심 커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 [사진=신화통신]
 

# "중국과 유럽, 기타지역의 육상·해상 연계를 변화시키려는 야심만만한 큰 구상의 일부분이다." 

# "천연가스와 원유에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 추진까지, 중국은 북극권 국제 협력을 추진할 모든 준비를 마쳤음을 밝혔다." 

# "이번 행보는 일대일로의 확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상황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국이 북극을 향한 야심을 담은 '중국 북극정책 백서'를 발표하자 BBC 등 주요 외신은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향해 달리는 중국의 야심이 북극까지 뻗었다며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제시한 구상에서 시작해 최근 실질적인 추진궤도에 올라선 일대일로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이중적이다. 차이나머니의 방대한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

유럽연합(EU)이 이에 맞설 새로운 구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지난 17일 뮌헨 안보회의 회의장에서 "중국이 일대일로로 서구와 다른 가치체계를 유럽에 확산시키고 있다"며 "EU는 동유럽, 중앙아시아, 아프리카를 이어 이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북극까지 손을 뻗으면서 북극이 이러한 갈등과 충돌의 또 다른 격전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 '빙상실크로드' 만들자, 자원·북극항로 노려
 

쿵슁안유(오른쪽) 중국 외교부 부부장(촤관급) 등이 지난 1월 26일 중국 최초의 '북극백서'를 공개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은 '북극백서'에서 북극항로 개발을 통해 관련국과 함께 '빙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북극과 3000㎞나 떨어져 있음에도 중국을 '근(近)북극권' 국가로 지칭하고 북극행에 속도를 올릴 뜻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토가 북극해에 걸쳐 있는 러시아·미국·캐나다·덴마크·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를 북극권 국가로 본다. 하지만 국제법상 1200만㎢ 면적의 북극해에 대한 권리는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백서는 중국이 북극 문제의 적극적인 참여자·건설자·기여자라며 북극사업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존중·협력·상생·지속가능성을 4대 원칙으로 삼고 유관국이 함께 기후 온난화 등 난제를 극복하고 북극 연구·보호·이용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국이 '함께' 북극 자원 및 항로개발 등에 나서야 함을 특히 강조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니라 이는 모두를 위한 선택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래픽= 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빙상실크로드는 일대일로 구상의 확장판으로, 지난해 7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시 주석이 제시한 개념이다. 북극해 권역과 라틴아메리카, 동아시아, 서유럽 등을 잇는 해상항로를 구축하자는 게 핵심이다.

북극항로 개발은 중국 등 국가의 해상운송 비용을 절감할 유용한 방안 중 하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지난 14일 '북극항로'를 개척할 경우 중국 상하이 항구에서 유럽 서부 , 발트해 등지의 항구까지 이어지는 기존 해상항로 대비 25~55%가량 노선을 단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중국은 90%가량의 화물 운송을 해운에 의존하고 있다. 해운비용은 전체 대외무역액의 10%에 육박한다. 하지만 오는 2020년 북극항로가 개통되면 매년 533억 달러에서 1274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사상 최초의 북극백서와 그 속에 담긴 빙상실크로드 구상은 미래를 위한 지침서이자 로드맵으로 의미가 크다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천샤오천(陳曉晨) 중국 인민대 충양(重陽)연구원 국제연구부 주임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백서가 북극항로 개발·이용을 언급하고 구체적인 실천안으로 '빙상실크로드'를 제시했다"면서 "백서를 빙상실크로드 조성을 위한 지도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풍부한 자원도 북극이 중국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라고 인민일보는 설명했다.

미국 지질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석유와 천연가스 22%가 북극에 매장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매장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가 이곳에 있다. 특히 중국은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아 새로운 해외 에너지 기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금·구리·철·우라늄 등 각종 금속자원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북극과 깊은 인연, 사업 참여 문제 없다"

중국 언론은 북극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1994년 발효된' 유엔 해양법 공약'에서 북극지역 주권 문제를 새롭게 규정했음을 언급하며 중국이 '빙상실크로드' 구상 추진 등 북극사업에 동참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극점과 인근 해역은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니며 전 인류의 공동자산이라는 것. 이에 따라 북극권 외 국가가 북극 지역 과학연구·항해·비행·어업·해저 케이블 부설 등이 가능하고 해저자원 탐사·개발의 권리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북극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라는 게 중국 측 논리다. 이에 따르면 북극과의 인연은 중국이 '스피츠베르겐 조약'에 가입한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피츠베르겐 조약은 1920년 노르웨이·미국·덴마크·프랑스·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 등 14개국이 체결한 조약으로 노르웨이의 북극 스피츠베르겐 군도에 대한 자치권 행사를 인정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을 비무장 지대로 정하고 모든 서명국이 평등하게 경제활동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1925년 독일과 중국이 추가 서명했고, 현재 서명국은 40개국이 넘는다. 중국이 실질적 권리를 갖게 된 것은 1991년의 일로, 이후 2002년 중국과학원이 북극 과학탐사 기지를 세웠다. 2004년에는 황허(黃河)기지를 추가 설립했고 이후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은 북극에서 8차례 북극해 탐사에 성공했고, 황허기지 과학탐사도 14년 연속 이어졌다.

중국의 '빙상실크로드' 조성의 신호탄은 이미 쏘아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8일 중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대형 에너지 협력사업인 '야말반도 천연액화가스(LNG) 개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추진을 선언한 이후 성사된 특대형 해외사업으로, 야말반도가 북극해 연안의 러시아 영토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조성한 실크로드펀드,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차이나, 공상은행, 국가개발은행 등이 지분 출자했고 페트로차이나는 직접 개발에 동참한다. 2019년 채굴이 시작되며, 채굴 자원의 상당부분은 중국이 소유권을 갖는다.

빙상실크로드 조성의 여정은 험난할 전망이다. 일단 매서운 추위가 문제다. 북극해는 평균 영하 40도에서 영하 20도로 1년 중 2~3개월을 제외하면 결빙 상태다. 해수면 위 유빙 등에 따른 위험이 크다. 이에 항로 개발에 막대한 자본과 함께 관련 문제를 해결할 기술력이 절실하다. 

◆ 일대일로 영역 확장, 커지는 경고음

 

[그래프=아주경제 DB]


중국이 북극에 눈을 돌린 것은 일대일로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중국의 야심과도 연결된다. 앞서 백서는 빙상실크로드 추진을 제안하고 북극을 '일대일로' 범위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중국산업경제신문(中國産經新聞)은 최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일대일로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와 '실크로드 경제벨트' 조성의 두 가지 사업을 가리키는데, 21세기 해상실크로드는 인도양·남태평양·북극해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 중 북극해 부분을 구체화한 것이 빙상실크로드"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북극과 라틴아메리카까지 영역을 넓히며 진정한 '세계화'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최근 일대일로가 구체적인 추진궤도에 오르며 범위가 확장되고 참여주체가 늘면서 잡음과 성과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네팔이 대표적이다. 지난 20일 네팔의 새 정부가 일대일로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지난해 추진을 중단했던 중국 주도 수력발전 댐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네팔은 인도를 의식해 사업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가 올해 다시 중국 쪽으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서방 사회를 중심으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한 독일 외교장관은 맞대응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일대일로는 마르코폴로의 동방여행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중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도 독일 장관의 주장을 지지했다. 필리프 총리는 "EU는 일대일로 추진의 규칙을 중국이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뿐이 아니다. 호주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고개를 돌린 분위기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 견제를 위해 제시한 것이다. 중국과 밀월관계를 자랑하는 러시아 하원에서도 최근 일대일로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미얀마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세계자연기금(WWF) 미얀마 사무소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 일대일로 사업인 이라와디 강 유역 도로 건설 등이 환경파괴 등으로 미얀마 국민 2400만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업은 중국이 제안한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회랑 조성의 일환으로 이라와디 강 유역과 인근 산악지역에 도로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게 골자다.